진로 탐색의 중요한 시기는 바로 이 때!

[이찬*서울대학교]

중학교, 진로 탐색의 중요한 시기

“우리 자녀가 중학생인데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했어요”라고 고민하고 계시는 부모님들이 참 많습니다. 사실, 중학교 때 자신의 진로를 확실히 정하는 학생은 거의 없습니다. 부모님들도 중학생 때 진로를 확실히 정했을까요? 중학교 때 진로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중학교 시기는 직업 세계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이미 입시교육이나 직업교육(특성화고, 마이스터고)이 진행되기 때문에, 중학교가 다양한 직업을 간접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적기입니다. 이 시기에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고 해서 조급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건 자녀들이 중학생 때, 사춘기 때 청소년기에 내가 직업 세계의 흥미를 갖고 있도록 해 주시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자녀의 흥미 찾기

“자녀가 어떤 분야에 흥미가 있는지 알 수 없다”라는 부모님들이 많으신데요. 흥미는 경험을 통해 찾을 수 있습니다. 직접 체험하기 어려운 직업들도 간접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비행기 조종사가 꿈인 학생이 비행기를 몰아볼 수는 없지만, 책을 읽고 유튜브를 보거나, 관련 전문가와 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간접 체험을 통해 자녀는 자신이 어떤 직업에 관심이 있는지 점차 알아가게 됩니다.

많은 학생이 교사를 희망 직업으로 꼽는데, 이는 그들이 가장 자주 접하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교사가 희망 직업 1위로 나타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자녀가 가장 자주 접하는 직업이 교사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직업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처럼 자주 노출되는 직업도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영향을 줍니다. 자녀가 다양한 직업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부모님과 어른들의 역할입니다.

간접체험은 직업탐색에 좋은 방법

공부의 목적을 찾아야 한다

공부 자체에 너무 매몰되면 왜 공부를 하는지 모르게 됩니다. '왜 공부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가장 신뢰로운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이 질문을 답을 못하니 공부가 재미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녀가 "엄마, 수학 왜 해야 해?"라고 묻는 경우, 사실 이 질문의 진짜 목적은 공부가 싫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굳이 이 질문에 답변을 주려고 하시면 이미 빗나간, 잘못된 만남입니다. 그런 질문을 받으실 때는 그 질문을 왜 갖게 됐는지를 다시 물어보셔야 해요. 그러면 솔직한 말이 나옵니다. “난 이걸 왜 하는지 모르겠고 그래서 하기 싫어.”

 

지금 일련의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하는 이런 학업들이 나의 꿈에 다가가기 위해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죠. 가령 “영어 하기 싫어”라고 이야기하는 아이에게 “너 미국 가서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싶다며? 걔네들을 한국어 가르쳐서 공부하고 일할 거야? 아니지?” 라든가, “로봇 좋아해? 인공지능하고 같이 협업하고 싶어? 그러면 디지털 리터러시가 중요하지. 그러니까 코딩도 하는 거지.” 즉 진로를 어느 정도 꿈꿀 수 있게 옵션을 마련해 주어야 그 범위 안에서 학업에 대한 연결고리를 쥐어줄 수 있고, 그래야 의미 부여가 돼서 동기부여를 할 수 있습니다.

 

진로와 직업의 차이

많은 학생이 진로와 직업을 헷갈립니다. 진로와 직업을 헷갈리면 당연히 꿈을 포기하게 되지 않을까요? 뭘 하려는 건지 모르니까요. 목적지와 여정이 헷갈리면 어디로 갈지 모르겠지요. 진로는 여행과 같고, 직업은 목적지입니다.

직업은 글자 그대로 내가 직책을 갖고 있는 거예요. 포지션을 갖고 생업을 하는 거예요. 내 생계를 위한 업을 어떤 직책을 갖고 하는 것을 직업이라고 하고, 그 직업으로 가는 여러 갈래의 길, 다양한 길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게 진로입니다.

그래서 진로는 제가 말씀드릴 때 ‘진로 여행’이라고 해요. 여행 가다가 비가 올 수도 있고 눈이 올 수도 있고 바람이 불 수 있잖아요. 여행 중에 날씨가 안 좋다고 여행 전체가 실패한 것은 아니죠. 진로는 그 여정을 즐기는 과정입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졸업식은 하루뿐이지만, 학교생활은 긴 여정과도 같습니다.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녀가 직업과 진로의 차이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즐기도록 도와주세요.

 

과정을 즐길 수 있게 해주세요

사교육의 문제점과 선택

사교육,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에 태어나면 갖고 있는 고민일 겁니다. 제가 두바이 정부에서 초청받아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 강연을 한 적이 있어요. 근데 청중 중에 고위관리 분의 질문을 잊을 수가 없어요.

“어떻게 사춘기 청소년들을 학교에 8시간이나 붙들어 놓을 수가 있냐”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우리는 8시간만 있는 게 아니라 학교 끝나고 학원에 가서 8시간을 더 있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더라고요.

학교 선생님들 말씀보다는 학원에서 짜임새 있게 예산도 투자하고 준비도 잘한 선생님들은 설득력이 다르죠. 그러다 보니까 불안한 부모의 마음은 어디로 끌리느냐. 학원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사교육은 이미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입니다. 많은 부모님이 "옆집도, 윗집도 같은 학원에 다닌다"라는 이유로 사교육을 선택하곤 합니다. 그러나 레드오션에서의 경쟁은 성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심리적 위안은 될지라도 부모님의 의사결정으로 인해서 자녀분들의 삶이 휘청댑니다. 거기서 오는 갈등도 감내하셔야 해요. 그런 부분들을 다 감안해서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하셔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