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교사]
‘초등 사춘기’라는 말이 한 10여 년 전부터 시작이 됐고요. 지금 학부모님들 사이에는 어느 정도 ‘아 초등 시기에 사춘기가 오는구나’ 라는 것을 많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사춘기가 일찍 찾아온다고 해서 끝나는 시간이 빨라진 게 아니에요. 고등학교 기간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즉 [길어진 사춘기]라고 보시면 되고, 사춘기에 대한 시작 전부터 부모님들이 관심을 가지셔야 합니다.
오히려 사춘기의 정점은 초등학교 6학년 정도인 경우가 많고요. 그 과정 중에 중학생들은 이 사춘기를 집이나 학교 같은 환경에서 어떻게 관리가 되느냐에 따라서 심리적인 증상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중학교 1학년, 특히 여학생들의 경우 우울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실제로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 대상인 질병관리청의 통계를 보면 최근 1년 사이에 ‘스트레스 강도가 매우 높다’라고 대답한 학생이 40% 이상입니다. 그리고 '2주 동안 너무 우울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고 표현한 아이가 10명 중에 3~4명 정도 됐고요. '최근 1년 사이에 행동으로 자살 시도를 했다' 하는 아이들이 100명 중에 다섯 명입니다. 상당히 많은 거죠.
예전의 중2병은 반항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중2병은 상당 부분 우울 영역에 들어가 있다고 보시면 되고요, 반항하는 것은 초등학교 5학년에서 6학년 사이가 절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 아이가 사춘기인가 아닌가를 생각할 때 보통 부모님들이 심리적인 걸 먼저 생각하시는데 신체적인 것이 우선입니다. ‘성조숙증’이 왔다면 사춘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사춘기’라는 표현 자체가 생각 思(사)와 봄 春(춘) 자를 씁니다. ‘봄을 생각하는 시기’라고 표현해서 참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예전부터 봄 春(춘) 자는 춘약이라든지 회춘이라든지 성(性)에 관련된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에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가 성에 대해서 알게 되는 시기가 됐다면 사춘기가 왔다고 보면 됩니다. 그게 신체적으로 반응이 일어났다 하면 사춘기에 들어가는 겁니다. 문제는 코로나 이후의 성조숙증을 겪는 아이들이 2배로 늘어났습니다. 엄청난 숫자죠. 그것이 이제 초등학교 1~2학년, 여학생들이 2년 정도 더 빠르고요.
신체의 변화가 나타나면 이성에 관한 관심을 두기 시작하는 것과 연결됩니다. 심리적인 것으로는 일단 짜증이 많아집니다. 그때부터 엄마하고 다툼이 시작되는 시기가 되죠. 짜증이 나오는 건 주고받는 관계인데 짜증하고는 조금 다르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아이가 갑자기 게을러졌다는 느낌이 들 때입니다. 아이들 처지에서는 모든 것들이 귀찮아지면서 해야 할 것들을 미루고 행동이 굼떠지는데, 이러한 과정도 사춘기에 진입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는 아주 가벼운 정도라고 할 수 있고요. 제일 안타까운 건 폭력성이 증가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초등학교 1학년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학폭이 접수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감정 조절에 대한 것들이 어려워지고 혼란스러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 해결방법으로 폭력성을 쓰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기존과 다르게 폭력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하면 사춘기를 한 번 의심해볼 만한 증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반항하거나 짜증 내는 것을 사춘기라고 말할 수 있을지 구분이 필요한데요.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고, 사춘기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구분을 해야 하는데 특히 남자아이들의 경우 많이 헷갈립니다. ADHD, 적대적 반항장애와 사춘기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ADHD는 많이 알려져서 산만한 정도에 따라서 부모님들이 검사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적대적 반항장애는 아직 모르는 경우가 더 많으세요. 사실 비율적으로는 적대적 반항장애가 더 많습니다.
적대적 반항장애는 권위를 가진 어른에게만 적대적인 행위를 보이고 반항을 합니다. 대표적으로 어머님들이 적대적 반항장애에 많은 희생자가 되세요. 친구들하고는 엄청나게 잘 지냅니다. 또래하고는 참 잘 지내고 위로, 배려까지 잘하는데 이상하게 특정 권위자, 선생님이 될 수도 있고 어머님들이 타겟이 될 수도 있고요. 이런 권위자에게 반항합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다툼이 없고 잘 지낸다고 하는데 유독 엄마한테 뭘 하라고 할 때마다 싫다 하고 안 한다고 반대하는 경우에는 적대적 반항장애도 한 번 의심해보셔야 합니다. 자녀가 친구들 관계에서도 짜증 같은 것들을 많이 표출하는데 비슷한 양상으로 부모에게 한다면 사춘기일 가능성이 큽니다.
사춘기 시기, 특히 1학년까지 내려간 사춘기는 친구 관계에서 문제가 커집니다. 다른 아이들은 아직 사춘기가 안 왔는데 우리 아이만 일찍 사춘기가 왔어요. 4학년이나 5학년 즈음에 오면 사춘기가 온 친구들이 많아서 또래 그룹이 형성돼요. 고학년 사춘기일 때는 또래 친구들하고 잘 지냅니다. 하지만 부모님에게는 반항하는 모습을 보여요. 또래 그룹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적대적 반항장애를 의심할 필요는 없겠죠.
하지만 1학년의 다른 아이들은 자기 중심성을 갖고 노는데, 사춘기가 온 아이들은 그룹이 형성되지 않아요. 그래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저학년, 1~3학년 즈음까지는 친구들하고는 그렇게 강하게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데 부모(혹은 선생님)한테만 좀 심하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전문기관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치료의 대상이지 사춘기가 온 게 아닙니다. 사춘기도 어느 정도 단계가 돼야 사춘기가 오는 거거든요. 이 단계의 아이들은 일단 치료가 먼저라는 걸 말씀드립니다.
처음에 성조숙증이 나타나거나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가 있죠. 그러면 이성에 대한 관심이 시작됩니다. 그럼 바로 성교육에 들어가야 해요. 그 시기에 성교육을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에 따라서 이제 양극화의 과정이 나타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아이들이 어디서 본 것을 통해서 유사 성행위 놀이를 시작합니다. 오히려 그렇게 드러나면 그건 바로 교육에 들어가는 등 어느 정도 제재됩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성적인 관심을 넘어서 이성 교제 차원으로 가는 거죠.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우리 딸 혹은 아들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하면 약간 불안하면서도 ‘그래도 아직 초등학생인데’ 하면서 예뻐하세요. ‘네가 벌써 이만큼 컸구나. 그래, 예쁘게 잘 만나라’ 라고 이야기를 하십니다. 거기서부터 출발점이 잘못되기 시작하는 거거든요.
사춘기 시기에 호르몬적으로도 강력하고 인지적으로도 호기심이 넘치고, 그러한 감정을 느끼고 싶어 하는 그 와중에 예쁘게 잘 사귀라고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걸 예쁜 거로 생각합니다. 손잡는 걸 아주 기본으로 생각하고 포옹하고 키스하는 게 아주 낮은 단계라고 시작해서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걸 예쁜 단계라고 하는 거죠.
그래서 실제로 빈 교실에서 두 명의 아이들만 빈 교실을 찾아가서 포옹하고 키스하는 것 정도의 일들이 벌어집니다.
이성을 사귀지 말라고 해도 그건 막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의 마음, 감정과 호르몬 영향으로, 그리고 또래 안에서 누군가를 사귄다는 게 상당히 으쓱한 부분도 있고요. 사귀지 말라 하면 더욱 오픈되지 않은 공간이나 SNS 등을 통해 교제를 이어갑니다.
우리 아이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인지한 순간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어떻게 헤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바로 다 알려주셔야 합니다. 아이는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대부분 아이들은 그 선을 지켜요. 학교의 빈 교실에 단둘이 찾아가는 거 안 된다. 단둘이 아파트 놀이터 으슥한 곳에 가는 것 안 되고, 단둘이 편의점에 가는 것도 안 된다고 말씀을 해주셔야 해요. 보통 단둘이 편의점에 가서 그때부터 영화관이나 만화방을 가거나 코인노래방까지 이렇게 점차 외부와 차단된 곳을 찾아가는 첫 단계가 편의점부터 시작하거든요. 그래서 단둘이 편의점도 안 된다고 얘기를 하셔야 해요.
구체적으로 “여러 명의 친구와 같이 놀이동산에 가는 것 괜찮아, 여러 명의 친구랑 같이 잡기 놀이하는 것 괜찮아. 여러 명에게서 함께 있고 그 친구가 같이 있는 것은 괜찮아” 라고 얘기해주면 아이들이 알아듣습니다. 그러한 구체적인 걸 얘기해주지 않고 “둘이 예쁘게 만나”라고 하면 수학여행에서 단둘이 방에 들어가고 하는 과정이 되는 거죠. [둘이 좋아하고 포옹하고 뽀뽀를 했다] 이 정도만 해도 다행인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헤어지게 되어 있어요. 초등 사춘기 시절에 헤어짐을 겪습니다. “네가 나를 차버렸어? 그래? 그때 나한테 억지로 뽀뽀하려고 했지!” 이런 과정들이 되는 거죠. 나중에 성추행 문제로도 유발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것이 몇몇 사례가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사례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꼭 유념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까 어떻게 만나라는 것도 얘기해 주지만 더 먼저 말씀해 주실 것은 헤어져도 된다는 것부터 말씀해 주셔야 하는 거예요.
아이에게 누구를 좋아한다고 하면 “1~10중에 얼마만큼 좋아하니?” 그러면 대부분 약간 부끄럽다는 듯이 한 8 정도 좋아한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면 10 이상 좋아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러면 “너의 감정이 한 6이나 5 정도까지 내려갈 때가 있을 거야. 그럼 헤어져도 돼”라고 헤어지는 것에 대한 기준을 이야기해주면 좋습니다.
아이들은 이성 교제가 처음이라 헤어지는 것도 몰라요. 기준을 모릅니다. 그런데 그 기준이 단순합니다. [상대방이 싫어지면]이 기준입니다. 또 반대로 “상대방 아이도 네가 싫어지면 싫다고 말하고 헤어질 수 있는 거야. 그건 누구 잘못이 아니야.” 라고 알려주어야 매달리거나 복수하는 등의 과정이 벌어지지 않게 됩니다.
물론 힘듭니다. 힘들지만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서 찾지 않아요. 자기 자신에서 찾다 보면 왜곡된 결과를 갖고 오거든요. 그래서 헤어짐에 대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보통 길어야 3개월~6개월 이내에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춘기 시절에 이성 교제는 헤어지는 과정을 잘 거치느냐가 너무 중요하고 그것만 잘해도 아주 훌륭하게 성공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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