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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냄새, 치아 건강도 유전이다

K숲 2024. 11. 29. 08:00

[박창진*치과의사]

치아의 교정 시기

교정치료는 ‘부정교합’에서 시작됩니다. 부정교합은 위아래가 잘 안 맞는다는 건데요.

 

하나는 치아가 잘못된 경우입니다. ‘치아가 삐뚤삐뚤해요, 이 사이에 틈이 있어요, 이가 튀어나왔어요’ 이런 것들은 치아가 잘못된 겁니다. 그때는 치아를 바로 잡으면 됩니다.

 

그런데 윗니, 아랫니가 다 가지런한데 잘 안 씹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위아래 턱뼈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뼈에 문제가 있는 부정교합을 [골격성 부정교합]이라고 하는데 보통 제일 잘 알고 계신 것은 주걱턱입니다. 주걱턱은 전체 발치를 해도 주걱턱입니다.

이렇게 뼈에 문제가 있는 경우 영구치가 나왔느냐에 상관없이 치료 시기가 일찍 시작됩니다. 보통 주걱턱인 경우는 보자마자 빨리 교정하면 좋습니다. 아이가 협조만 잘하면 4~5살 때도 시작을 해요. 주걱턱의 반대 경우, 즉, 위의 턱이 너무 많이 튀어나온 경우는 초등학교 3~4학년 때쯤 시작합니다.

 

그런데 위아래 골격이 거의 정상에 가깝거나 혹은 정상이고 치아에만 문제가 있다면 언제 치료하든 똑같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하든 중학교 3학년 때, 26살 때부터 혹은 50대에 하던 치료는 거의 방법이 동일합니다.

어렸을 때는 치아가 삐뚤삐뚤해도 장치 붙이고 치료하는 것을 별로 원하지 않아요. 그러면 말도 잘 안 듣고 입을 잘 안 닦습니다. 그런데 20대에 본인이 원해서 하면 정말로 관리 잘하거든요. 아이가 말을 듣고 치료에 관심이 있느냐와도 연관성이 있는 거죠.

 

골격성 부정교합인지 아니면 단순히 치아의 문제인지는 집에서 판단하지 마시고 반드시 치과의 교정전문의에게 검진을 받으시고 적절한 치료 시기에 대해 들으셔야 합니다. 골격적인 문제가 없다면 아이가 정말 치료받을 의지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설득 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게 맞지 않냐는 생각입니다.

 

부드러운 칫솔이 더 좋다

논리적으로 한 번 생각해봅시다. 1번, 칫솔로 뭘 하는 걸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치아에 붙어 있는 세균을 조절하는 겁니다. 현미경적인 일을 하는 거예요. 그 세균들을 조절하는 데 과연 힘이라는 게 필요가 있을까요? 1970년대에는 사람들이 이 일을 잘 안 닦았대요. 그리고 기술력이 떨어져서 칫솔모를 가늘게 뽑을 수 없었답니다. 며칠 동안 안 닦은 것들을 뻑뻑한 칫솔로 닦는 것이 1970년대의 이야기인 거죠.

그런데 지금 우리는 하루에 세 번, 네 번, 다섯 번씩 이를 닦고 있어요. 절대로 뻣뻣한 칫솔을 쓰시면 안 됩니다. 부드러운 칫솔로 세균막을 닦아낸다고 생각하시고 살살 움직이시면 돼요.

 

고등학교 다닐 때, 중학교 다닐 때 현미경은 다 한 번씩은 보지 않았습니까? 조금만 움직이면 내가 보던 세포들이 없어집니다. 그럴 정도로 아주 작고 부드러운 움직임만이 세균막을 제대로 닦을 수 있습니다.

입 냄새 심한 사람

일단 기본적으로 입에서 냄새는 다 납니다. 안 나는 사람은 없어요. 왜 그러냐면 건강한 사람도 ‘침 냄새’라는 게 있단 말이죠.

그런데 남들이 느끼게 불쾌한 냄새를 내는 것은 보통 황화합물 계열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이게 크게 보면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입에서 나는 거고요. 다른 것은 속에서 넘어오는 건데 비율로 보면 대다수가 입에서 나는 게 문제랍니다. 어디서요? 음식물이 썩으면서 나는 겁니다. 잘 닦으시면 입 냄새는 많이 줄어듭니다.

 

자, 닦아야 하는 거는 두 가지 부위가 있죠. 먼저 잇몸 테두리와 치아 사이입니다. 꼼꼼하게 칫솔질을 잘하시고 치간 칫솔을 쓰시면 있는 입 냄새가 정말 많이 줄어듭니다.

또 다른 부위는 바로 입니다. 혀를 반드시 닦아야 하는데 혀는 칫솔로 잘 안 닦입니다. 그래서 혀는 긁어내야 합니다. 그래서 혀긁개(혀클리너)가 따로 나옵니다. 털이 달린 게 아니고 플라스틱이나 철로 된 날이 있는 거죠. 혀만 긁어도 입 냄새에 7~80%가 줄어든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또 다른 입 냄새의 원인은 연령이 증가하면 입이 좀 말라요. 싱크대에 물 틀어 놓고 설거지 닦아놓은 게 아니고 바깥쪽에다 밥공기를 그냥 내놓은 것 같은 겁니다. 그러면 빨리 말라붙고 빨리 변질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연령대가 늘어나면 입 냄새가 어쩔 수 없이 조금 늘어나기 때문에 남들보다는 조금 더 열심히 닦을 수밖에 없는 거죠.

혹은 심리적인 게 있습니다. 내가 나이도 들고 이러다 보니까 자꾸 입에서 냄새가 나는 거 같고 해서 입을 좀 가리는데 실제적으로는 검사해보면 그렇게 냄새가 심하지 않은 분들도 꽤 있어요. 그래서 우선 깨끗하게 닦으시고 입이 마르지 않게 계속 물을 드신다면 입 냄새 걱정은 많이 줄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에요.

 

구강 세정기, 효과 있을까?

제일 많이 물어보시는 게 “안 쓰는 것보다 낫지 않아요?”입니다.

비포장도로를 주말에 갔다 와서 차에 온통 지저분한 진흙들이 다 튀었어요. 세차장에 갑니다. 500원짜리 동전을 몇 개 집어넣고 나면 가장 먼저 고압 세차권이라는 걸 줍니다. 이걸 가지고 차에다가 고압수를 뿌리면 진흙도 다 떨어져 나가요. “이제 세차 끝났다”고 집에 가시는 분이 혹시 계십니까? 차에 가서 손으로 한 번만 문지르면 땟국물이 주욱 흐르죠. 눈에 보이는 것만 떨어지는 겁니다.

이 고압수 세척같은 것이 구강 세정깁니다. 음식물 찌꺼기는 빼낼 수 있지만 치아 면에 붙어 있는 세균막은 하나도 못 건드립니다. 그 시간에 칫솔질과 치간칫솔질을 하셔야 합니다.

 

치과에서도 똑같은 거 물뿌리는 도구가 있지 않습니까? 치과에서 쓰는 것은 의료적으로 만들어서 압력을 조절해 뒀습니다. 이 정도의 압력 이상이면 잇몸이 상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상업적으로 나와 있는 구강 세정기의 압력은 치과에서 의료용으로 쓰는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강합니다. 잇몸 상태가 안 좋으신 분들이 잘못된 방법으로 사용하시면 바깥쪽에 있던 세균과 음식물 찌꺼기를 뿌리 쪽으로 밀어 넣을 수도 있어요. 그러면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

보통 의료인이 일반인에게 자가관리 도구를 권할 때의 원칙 중의 하나는 ‘잘못 쓰더라도 외상을 일으키지 않는 도구를 권해야 한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사실 이 도구는 잘못 쓰면 외상을 만들거나 염증을 만들 수도 있는 도구이기 때문에 의사 입장에서는 그렇게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안전한 도구, 내 손으로 꼼꼼하게 칫솔질을 하고 치간 칫솔을 쓰시면 구강 세정기는 굳이 사용하실 필요는 없는 도구라고 생각됩니다.

양치 후 가글은 안 좋다?

보통 가글(Mouth wash/含漱)이라고 얘기하는 거는 입안에 있는 세균을 죽이겠다는 시도입니다. 그래서 세균을 죽여서 입안을 건강하게 만들자, 이렇게 기획 의도는 되게 좋죠. 가글을 하면 세균이 죽습니다. 죽으니까 전부 다 팔고 있는 거죠. 시중에서 많이 보는 가글액으로는 가*린, 리**린인데, 성분은 다르지만 세균을 죽이는 것은 같습니다.

 

치과에서 양치 후에 가글을 하지 말라라는 얘기를 들으셨다고요? 가*린이라는 성분이 세틸피리디늄염화물수화물(CPC)라는 어려운 이름을 갖고 있는 살균제인데, 이 성분이 치아 간의 거품 내는 성분과 만나면 치아의 변색을 일으킨답니다. 그래서 거품이 많이 나는 치약을 써서 칫솔질 후 바로 가*린을 쓰시면 착색의 가능성이 있어서 쓰지 말라는 얘기를 들으셨을 것 같고요. 그건 나중에 잘 닦으면 됩니다. 영구착색은 아니거든요.

가글액을 웬만하면 안 쓰시면 좋겠어요. 첫째, 유해균뿐 아니라 다른 균도 죽어요. 우리 몸에는 같이 사는 세균인 공생균이나 몸에 도움이 되는 세균인 유익균들이 다 같이 죽습니다. 치과에서 세균 문제 때문에 가글액이 필요하다고 하면 처방을 해드립니다. 그 처방기간 동안에만 쓰셔서 도움을 얻는 것은 괜찮지만 매일매일 쓰시는 건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른 안 좋은 점은 가글을 했으니 칫솔질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반드시 해야 할 칫솔질의 빈도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거죠. 가글액이 편하다고 그것만 하면 기계적인 세정이 중요한 세균 관리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의미 없는 화학약품이라면 굳이 매일 내 몸 안에 넣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기계적 세정, 즉 칫솔질과 치간 칫솔질이 치아 건강의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 90% 이상의 관리에 충분히 집중하시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된다면 그때 화학약품이나 다른 도구들을 찾아보시는 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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