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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같은 부모는 없다

K숲 2023. 8. 9. 08:00

[조선미*아주대교수, 자녀교육 임상심리전문가]

 

친구같은 부모는 없다
친구같은 부모는 없다

 

아이가 3~4학년을 지나 청소년기에 이르면, 아이의 문제행동을 가정에서 해결하기는 어려워져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10년 넘게 이어온 부모의 양육 방식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가정에서는 관계가 깨지지 않는데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이죠.

 

 

훈육

학교 규칙을 지킬 줄 알고, 협력과 양보로 원만한 상호작용을 하며, 일상적인 의무 수행이 가능한 10세 정도가 되면 사실상 훈육은 종료되었다고 봅니다.

청소년기는 적절한 훈육으로 쌓아온 기본습관을 토대로 많은 재량이 주어져 자신의 힘을 시험해 보는 시기로 자신의 한계를 모르기 때문에 갑자기 부모에게 반항하는 일도 많아지죠이때 부모가 아이와 똑같은 수준의 반응으로 대립하면 아이는 부모의 통재력을 인정하지 못하고요.

아이의 버릇없는 언행이 집 밖에서도 드러날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지만 제가 본 아이들의 99%가 밖에서는 아예 다른 사람이 됩니다. 밖에서 만나는 사람은 부모처럼 쥐 잡듯 하지 않잖아요. 집에서 아이가 말할 때마다 맞대응하며 싸우지 말고 아이를 좀 못 본 척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약간 엇나간다 싶으면 그러는 거 아냐, 엄마한테 이러면 아빠가 용서할 수 없어, 엄마랑 아빠는 한 편이야라는 말로 <점잖은 제안(타이름)> 뒤에 이보다 무서운 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자신을 대하는 부모님의 태도를 보고 아이는 부모님이 자신의 성장을 인정해준다고 생각하거든요.

만약 이 시기에 분을 참지 못하고 때리면 100% 관계가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원하는 효과는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때리는 것보다는 아이에게 더 절실한 것, 이를테면 용돈에 제한을 둬 보세요한 번 맞는 것과 한 달 용돈 못 받는 것 중 아이들에게 훨씬 큰 타격이 되는 쪽은 용돈이거든요.

 

 

체벌

요즘 아이들은 체벌 받으면 신고하라고 배우기 때문에 옛날을 들먹거리며 폭력을 썼다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어요.  부모가 오늘 약속 안지켰으니까 세 대 맞아이러면서 세 대 때리고 담백하게 끝나는 경우는 별로 없죠. “하기로 했는데 왜 안 했어?” 이러다 결국 감정에 못 이겨 때리게 되면 분노의 감정이 실리는 것이 당연해서 아이는 학교에서 손바닥 맞는 것과는 굉장히 다른 커다란 공포를 마주하게 됩니다.

다 때리고 흥분이 가라앉고 나면 부모는 자신의 행동이 사랑의 매였다고 합리화하는데요, 그건 절대 사랑이 아니죠. 때리는 순간 자신을 속이는 분노의 매질입니다.

저도 제 아이들을 체벌하는 규칙이 하나 있어요. “거짓말하면 손바닥 세 대

아이들을 때리지는 않지만, 거짓말에 대한 체벌을 정해놓은 것은, 엄마가 그만큼 거짓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주죠. 그래서 아이들은 자기 집에서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의 정도를 인식하게 됩니다.

 

부모 교육할 때 잘한 행동에 대해서는 상과 칭찬을 주고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벌을 주는데 어떤 벌이 좋은지 질문을 많이 하세요.

제 아들의 경우 마트 앞에서 5백 원 내고 돌려서 뽑는 것에 열광한 때가 있었어요.  한 번뿐이야, 네 용돈을 여기에 다 쓰면 안 되는 거야라고 훈육하지만 지나다 또 보이잖아요. 그러면 마음이 흔들려 또 합니다, 또 할 수 있겠죠.

이때 “하지 말라고 했잖아라고 제재하는 것은 아이를 불안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보다는 “보상과 처벌의 개념을 써보라고 권해 드려요.

한 번 더 하면 가진 돈 중 두 배를 회수하거나 해서 아이가 돈이 있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요즘은 사실 보상과 처벌이 핸드폰 하나로 집약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핸드폰은 공기나 물처럼 중요한 것이어서 조심하면 이만큼 쓸 수 있구나라는 예측이 되어야 하는데, 부모가 참고 참다가 갑자기 빼앗아버리면 격하게 부딪칠 수밖에 없습니다.

절대 안 돼, 당장 하지 마이런 훈육은 백발백중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지게 합니다.

오늘 30분이야, 30분에 끝내면 내일은 10분 더하게 해줄게

“30분 못 지키면 내일은 못 해

이 정도의 처벌이 제일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것을 습관화하면 청소년기 반항도 , 알았어정도로 제어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훈육과 체벌
훈육과 체벌

 

 

마음 읽기와 통제

내원하는 아이들을 보고 정신 병리의 문제인지, 환경 혹은 육아의 문제인지 원인을 판단하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방법을 제시할 뿐 육아에 정해진 원칙은 없습니다.

저는 임상 시작 10년 정도까지는 애정과 훈육이 같이 있어야 한다라는 이론을 바탕으로 상담을 진행했고 실제로 애정과 훈육 모두 충분한 환경의 아이가 잘 자라는 것을 보고 느꼈습니다.

2000년 전후의 가정에서는 체벌이 일반적이어서 공포로 위축된 아이들이 상당히 많았어요.  이에 따라 때리지 않는부모 교육도 많이 진행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마음 읽기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와 때리는 것으로 훈육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하고 안심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음 읽기”는 <마음은 읽어주되 행동은 통제하라>는 것이 원칙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마음 읽기에만 모든 초점이 맞춰진 것 같아요.

아이가 울면 이게 울 일이야?”라고 반응하는 것은 통제만 하는 말이고 먹고 싶은 건 알겠는데, 오늘은 안 돼라는 말은 마음 읽기와 통제를 동시에 하는 말이죠.

마음 읽기에만 초점이 맞춰지면 통제가 없어서 아이들은 자기의 마음이 원하는 것은 전부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게 되어 부모가 아이의 결정을 무조건 존중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아이들은 자기 뜻대로 되니 기분 좋아 행복해하고 부모는 아이가 행복하다는 착각에 빠져 아이가 기분 좋은 방향의 결정을 반복하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유아기까지는 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평화롭게 흘러가지만, 규칙과 제한이 많아지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조금씩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서 수업을 이끌어 가는 것이 정말 어렵다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그림을 그려보자라고 하면 1학년 한 반에 두 명 정도는 종이를 찢으며 거부하고 “싫어도 한번 해보자라고 다시 권유하면 아니요, 내 마음이 하고 싶지 않아요라며 아예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거에요. 그래서 부모와 상담해보면 오히려 우리 아이 마음을 읽어주셨나요?”라고 되묻는 일이 많다고 해요. 게다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선생님들의 작은 훈육에도 너무 많은 민원이 들어와 힘들다며 고통을 호소하세요.

 

아이가 3학년 정도 되면 자신의 행동에 따라 친구와 선생님이 자신을 싫어하고 같이 노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 보이기 때문에 밖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참고 노력하는데요, 집에 돌아와 그 스트레스를 엄마에게 풀어내기 시작하죠.

엄마는 언제나 네 마음이 중요해라고 말해준 사람이라고 학습되어 있어서 기분 나쁘고 스트레스받았던 것에 대해 빨리 어떻게 좀 해봐, 왜 안 달래줘?”라는 마음으로 생떼를 부리는 것이죠.

엄마와는 눈치 보거나 참을 필요 없이 일방적으로 이해받는 관계였는데 밖에서 만나는 친구나 선생님과는 자신이 민첩하게 상황을 파악하며 맞춰나가야 가능한 관계잖아요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을 배우지 못한 아이는 당연히 친구 관계가 원만하지 않고 학교에도 정을 붙이기 어렵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다 들어주고 아이의 뜻대로 해주는 것은 감정적 좌절을 통한 성장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절이나 좌절을 이겨내는 힘을 키워 놓지 않으면 학교 생활에 큰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아이의 마음 읽기 다음에는 무조건적인 긍정이 아니라 반드시 적절한 통제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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