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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불안에서 벗어난 행복한 노년

K숲 2023. 8. 16. 08:00

[이근후*정신과전문의]

 
죽음의 불안에서 벗어난 행복한 노년
행복한 노년
 

저는 9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저술과 강연 활동을 병행하며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걱정하는 마음에 그만 쉬라고도 하는데, 집에 있어 보니 TV 보는 것밖에 할 일이 없더라고요. 저는 시력과 청력이 좋지 않아서 TV도 재미없고 집에 언제나 대화상대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견디기 힘들었죠.

“할 일이 있다”라는 것은 “생산성이 있다”라는 것이고, 이것이 노년에 활력을 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동하기 때문에 움직일 힘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이어나가 노년의 무기력에 빠지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생산성을 높여 죽음의 불안 이겨내기}

노인에게 그만 쉬라고 말하는 것은 침대에 있다가 곧 죽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불멸의 존재가 아니어서 죽음에 대한 불안을 필연적으로 안고 살아가게 되는데요, 젊을 때는 그 불안이 크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나이 들어감에 따라 할 일이 줄어 시간이 많아지면 잠재되어 있던 죽음의 불안이 시도 때도 없이 갑작스럽게 툭툭 튀어나와 놀라 당황하게 됩니다. 그런데 할 일을 찾아 바쁘게 살다 보면 그런 생각이 금방 사라져 버리죠. 제가 90세를 앞두고도 생산성을 잃지 않는 일상을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죽음에 대한 불안에 잠식당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합니다.

 

운동능력이 있는 노인에게 집에서 그만 편히 쉬라는 말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요.

누워있는 노인이라면 조금이라도 앉을 수 있도록 권해보고요.  앉아있는 노인에게는 서 있어 보라고, 선 사람은 걸어보라고, 걷는 사람은 뛰어보라고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이 좋은데요, 누워있는 것에서 앉아있는 것으로 한 단계만 올라서도 생산성이 현저히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도 가만히 있지만 말고 주체적으로 움직이면서 감각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동시에 감동이나 사랑 같은 정서적인 충만을 다양하게 경험하면 좋은데요, 만나는 사람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거나 불편한 사람에게 배려와 양보를 생활화하고 작은 봉사라도 꾸준히 실천하면서 함께하는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보세요.

 

 

{가장 행복한 나이는 바로 지금}

100세 시대라고들 하지만, 100세까지 살아있을 수는 있어도 100세에도 자기 의지로 생활할 확률은 높지 않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100세가 되었을 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고 있으리라 생각하세요?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라는 제 책은 우리가 처해있는 현재의 나이가 우리의 청춘임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제목이었어요.  100세를 숫자 100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지금 30세든, 50세든, 100세가 되었든 각자 생을 마감하는 그날을 100세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10대는 10대여서 가장 좋고, 20대는 20대여서 너무 좋고, 30대는 또 30대가 좋다고 여기게 되어 결국 몇 살의 나이를 지나고 있던 지금이 가장 좋은 나이, 행복한 때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결국 자신의 인생 전체가 하나하나 행복했고, 행복할 것이며, 오늘 바로 지금이 가장 행복한 날인 것이죠.

 

 

{후회되는 일들의 정리}

세상을 살다 보면 즐거운 일도 있지만 아쉬운 일도 많은데요, 저 역시 어머니에게 저지른 잘못 한 가지가 계속 마음에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산을 좋아해서 일찍부터 네팔의 히말라야를 자주 다녔는데요, 버스로 이동하던 중 창밖에서 향을 팔고 있는 꼬마를 보았습니다. 어머니가 불자셔서 얼마냐고 물어보니 한 상자에 2루피(한국 돈으로 30원 정도)라는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을 불렀는데, 저도 모르게 1루피를 더 깎기 위해 3루피에 두 상자를 사겠다고 말해버렸죠.  그러자 아이는 깜짝 놀라 안된다는 의사 표현을 했습니다.  2루피도 정말 저렴한 가격인데 두 개를 사면서 1루피를 깎으려는 행동이 부끄럽다는 생각도 못 하고 어리석은 흥정을 벌였던 것 같아요그러나 흥정을 더 하기도 전 버스가 출발하여 결국 사지도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나중에 카트만두 시내에서 다른 향을 구매해 어머니께 선물로 드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흥정 사건이 큰 자책이 되어 저를 힘들게 했어요.

없어도 그만인 1루피를 깎아보려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어린아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뒤늦은 후회와 내가 좋아하는 건 몇백 루피를 불러도 척척 사들이면서도 어머니를 위해서는 유치한 흥정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깨달음에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러다가 이미 어른이 되었을 과거의 네팔 아이와 돌아가신 어머니께 마음으로라도 용서를 구한 후 조금 가벼워진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존중의 태도
존중의 태도

 

{존중의 태도에 기반한 부부관계}

가장 어려운 대인관계는 부부관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깝다고 생각하는 부부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매우 많은데요, 부부관계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요?

전혀 다른 문화에서 성장하여 사고의 기반이 완전히 다른 두 개인이 함께 살아가는 일은 사사건건 당연히 어려운 법이고요, 너무 가깝고 친밀한 관계여서 갈등도 훨씬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그런 이유로 부부로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가려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닌 서로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진짜 원하고 좋아하는 일 한두 가지 정도는 꼭 따라주고, 상대가 싫다는 일은 피해 주세요. 상대도 똑같이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알도록 하고요.  상대가 포기 못 하는 것은 같이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상대가 싫다고 하는데 설사 내가 너무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가급적 배우자 앞에서는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부부라고 해서 언제나 모든 것을 공유하고 살 필요는 없어요.  약간의 거리를 유지하고 각자의 생활을 인정하는 것이 좋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소중히 하듯 상대의 취향 역시 소중하게 지켜주는 존중의 태도는 원만한 부부관계의 열쇠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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