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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를 창조하라

K숲 2022. 10. 31. 08:00

[김태진*서울시립대학교 겸임교수, 기업인재연구소 대표이사]

 

창조를 창조하라
창조를 창조하라

 

1917년 프랑스의 천재 예술가 마르셀 뒤샹은 철물점에서 구매한 소변기를 미술 전시장에 전시하고 예술작품이라고 주장합니다.

많은 사람을 분개시키며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이 사건으로 그 이후의 미술계는 완전히 판도가 바뀌게 됩니다.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프 캔을 똑같이 그려놓고 예술작품이라 주장한 앤디 워홀수프 캔을 실물과 똑같이 그려낸 이유는 가장 존경하는 마르셀 뒤샹이 소변기로 창조한 업적을 그림으로 구현해 내기 위함이다라고 이야기했죠.

산업화 시대, 대량생산된 수프 캔을 그림으로 그려서 마르셀 뒤상이 소변기로 창조한 예술세계를 재현한 것이죠.

 

음악계의 악동, 음악의 파괴자로 불리며 전위음악이라는 영역을 무한 확장한 존 케이지는 공연장 피아노 건반 앞에서 초시계를 누르고 건반을 여닫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음악에 관한 고정관념을 흔드는 “433라는 공연으로 유명하죠.

그는 이 공연으로 소리가 나지 않는 무음의 구간도 예술의 구성요소라고 할 수 있으며 그러한 구간들을 모아 음악을 작곡했다고 주장하면서 스승님(마르셀 뒤샹)께서 미술에 남긴 업적을 음악에서 구현하기 위해 이러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피에로 만초니라는 예술가가 만든 통조림이 있는데요, 뚜껑에는 “PRODUCED BY Piero Manzoni”라고 되어 있고, 아래에는 넘버링, 정량 30g, 19615월에 통조림으로 제조, 옆면에 유럽의 네 개 국어로 예술가의 똥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90개가 만들어졌는데 이 통조림 하나가 15000만 원 이상을 웃돌기 시작하더니 2014, 2015년에는 3억 원 돌파, 4억 원 가까이 거래되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현대미술은 정말 장난스럽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게 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되었습니다.

 

이 작품들은 왜 현대의 유명 미술관들에 전시되고 여전히 예술작품이라고 인정받고 있을까요?

그 이유는 작업 배경에 과연 무엇이 예술이 되게 하는가?”라는 예술가의 질문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예술가의 손길이 닿았으면 예술인가?, 예술가의 숨결이 담기면 예술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예술가의 노력으로 만들어내고 그것을 정성스럽게 포장했다는 양식화를 해낸 것이죠.

예술인가 아닌가 하는 피에로 만초니의 질문을 알고 있었던 당시의 사람들은 그의 작품이 위트가 넘치면서도 중요한 질문을 담고 있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내 예술은 그(마르셀 뒤샹)가 던진 중요한 질문에서 시작되고 또 그 질문으로 끝난다.”

앞서 마르셀 뒤샹의 질문은 무엇이 예술이 되게 하는가?”라는 것이었죠.

 

1960년을 전후로 예술계에 충격을 주면서 등장한 앤디 워홀, 존 케이지, 피에로 만초니 등의 예술가들은 마르셀 뒤샹이 미술 전시장에 소변기를 전시한 그 지점부터 무려 4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새로운 미술을 과감하게 시작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시대에 제일 잘 나가는 예술가 제프 쿤스는 막대풍선을 꼬아 만드는 풍선 강아지를 3정도 크기의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서 투명 도료를 칠해 만든 작품으로 유명한데요.

작품 의뢰가 들어오면 자기 스태프들을 동원해서 컬러만 다른 동일 작품을 만들어 주문한 장소에 가져다 놓고 사진 기자들 앞에서 “OO색 강아지입니다라는 설명을 합니다.

이렇게 설치된 작품은 요즘 가격으로 500, 600, 700억까지 하는데, 예술가의 아이디어가 반영되었을 뿐 공장에서 만들어낸 것치고는 어마어마한 가치입니다.

제프 쿤스의 아이디어만 있었던 이 작품의 가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예술가의 발상에 가치를 부여하고 또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이미 되어 있는 것이죠.

 

지금 전 세계 젊은이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서 하는 도시가 서울이라고 합니다.

K팝이나 K드라마 등을 통한 문화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엄청난 기회를 맞이하였지만, 과연 우리는 이러한 기회를 살릴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마르셀 뒤샹이 제작 위주의 방식에서 벗어나 착상이 중요하다고 한 것처럼 우리도 그 이전에 없었던 자기만의 독특한 생각을 해내야 할 때인데요.

기획은 노동하기 전에 노동 전체를 관장하고, 노동에 대한 결과물을 내고 평가할 수 있는 일련의 작업을 의미하는데 좋은 기획이란 차별화된 것, 창조적인 것, 남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하나의 기준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미래의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공들여 가르쳐야 하는 부분은 기획하는 방법입니다.

 

예술가들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여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 기획만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죠. 그런데 자기 생각만으로 만들어진 것에는 아무도 가치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그 기획을 양식화함으로써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창조적인 것은 세상에 없던 무엇인가를 뚝딱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았던 무엇인가를 보는 것이죠.

현대미술이라는 치열한 경쟁의 장에서 가장 창조적인 사람들은 무슨 고민을 하고 어떤 사회문제들과 씨름하고 있는지, 어떤 방식의 양식화를 시도하면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지에 대해 공부해 보면서 어떤 분야에 있든 그들과 같은 창조적인 마인드와 역량을 길러 나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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