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말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 말 그릇

K숲 2022. 10. 13. 08:00

[김윤나 * 말마음연구소]

 

말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 말 그릇
말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

제가 친구나 주변 사람에게 너무 힘들어. 병행하는 것이 참 어렵네라고 하소연하면 공감하고 위로하기 위해 주변에서 여러 시도를 합니다.

그래, 이해해. 무슨 말인지 알겠다. 나도 강아지를 키워보니 두 마리는 훨씬 힘들더라

네가 알긴 뭘 알아! 강아지 두 마리 키우는 거랑 두 가지 일 병행하는 것이 같아? 네가 내 마음을 아느냐고!” 결국, 저는 어렵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서운한 마음만 들었습니다.

너 슈퍼우먼이잖아! 파이팅!!”이라며 치켜세워주는 선배에게는 말을 더 못하게 되고요.

그럴 때마다 외롭다! 그냥 혼자 견디자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마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 텐데요, 힘들 때 상대가 건네는 이런 말들이 공감을 일으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말과 마음
말과 마음

당사자의 마음에 집중하는 이야기가 아닌 말들은 위로가 되기 어렵습니다.

진짜 힘들 때는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본 후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과 바닥까지 이야기해봐야 일어날 힘이 생기는 것인데요, 누군가 힘들다고 말하면 먼저 상대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그 사람의 마음으로 한번 들어가 볼까?’라는 태도로 마주해 보세요.

 

우리 마음 속에는 말을 담아내는 그릇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의 마음을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말 그릇이 큰 사람, 담아낼 공간이 없어서 말 자체만 무의미하게 담는 사람은 말 그릇이 작은 사람이겠죠.

말 그릇이 큰 사람은 이해한다는 말을 하기 전에 “그 마음은 잘 모르겠지만 들어줄게. 실컷 말해봐”라며 말 너머 사람의 마음에 관심을 두고 이 말이 전부가 아닐 텐데?’ ‘자기 마음을 잘 모르고 저렇게 말하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으로 상대의 마음속으로 떠나는 기차 여행을 시작할 것입니다.

 

마음 헤아리기
마음 헤아리기

입으로 표현하는 은 거의 즉각적으로 뜻을 알 수 있지만, 그 말과 이어져 수면 아래에 자리한 마음은 제대로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욕구가 사람을 움직인다는 심리학적 표현이 있을 정도로 욕구는 사람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데요, 보통 배고프다라고 말하지 식욕이 나를 움직이네라고 생각하지는 않잖아요. 이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깊은 곳에서 욕구가 우리를 이동시키고 그에 따라 우리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면서 우리는 상대에게 자연스럽게 공감과 위로를 기대하지만 인간관계는 생각대로 되는 것이 아니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말을 듣게 되면 부정적인 감정이 퍼져 서운하고 답답하고 짜증이 올라오면서 지각(자동적인 생각)이 생기는데요, 결국 ‘내가 이것밖에 못 했네?’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여러 가지 판단과 평가가 뒤따르게 됩니다.

그러면 욕구와 감정을 거친 마음의 생각들이 수면 위로 쑥 올라와 “괜히 했어!”라는 한마디 말로 표출됩니다.

 

괜히 했어!”라는 말만 듣고 상대에게 깊이 공감할 수 있을까요?

말 그릇이 큰 사람은 상대가 왜 갑자기 그 말을 하게 되었는지 의 수면 아래에 있는 마음에 대해 탐험하여 바닥까지 들어가 본 후 진정한 공감과 위로를 건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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