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 경제전문가 (현, 싱가포르 GIC 인프라 투자 운용)]
정보의 수집과 검증은 목표설정 만큼 중요한 내용입니다.
제가 투자은행의 커리어를 선택하기 전에 연봉, 성장 속도 등의 정보를 모아 수치화해 보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만약 수집한 정보가 모두 잘못된 것이었다면 그로 인한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입니다.
따라서 확실하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검증의 과정을 반드시 거친 후 인생 곡선을 그려야 하니다.
“스시 셰프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고민이에요, 아버지는 저보다 훨씬 오래 사셨고 사회 경험도 많으니까 조언 부탁드려요”
그런데 아버지는 요식업과 전혀 관련 없는 분이어서 스시 셰프가 되기 위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아버지이기 때문에 조언합니다.
“잘은 모르지만 스시는 일본 요리니까 일단 일본에 가서 공부하는 것이 아무래도 좋지 않겠니?”
이것은 맞는 말일 수도, 틀린 말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스시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루트가 많고 일류 셰프로 성장할 수 있는 길도 다양하게 열려 있다면 아버지의 조언이 아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죠. 이것은 보편적 진리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에피소드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보편적 진리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정확하게 신뢰하고 검증할 수 있는 정보로 인생을 설계해야 합니다.
우선 원하는 목표와 검증하고 싶은 내용을 정하고, 그 목표를 이미 달성한 사람들을 통해 “어느 정도의 돈을 받을 수 있는지, 앞으로의 성장곡선은 어떤지,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면 어떤 선택지들이 있는지...” 등의 정보를 수집해 나가야 합니다.
저는 인터넷 검색만으로 알 수 없는 정보들은 무료 플랫폼인 <링크딘(Linkedin)> 활용하여 다른 사람들의 이력과 커리어를 수집했는데요, 여기에서 알아낸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제이피 모건 애널리스트로 검색된 사람들의 신상 정보를 모두 엑셀에 정리했습니다.
검색 결과가 10명이면 10명, 20명이면 20명, 100명이면 100명의 이름, 나이, 직업과 관련 없는 다른 커리어, 학벌 등을 전부 포함한 것인데요,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좋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일수록 커리어와 관련된 동아리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네트워크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는 공통점을 찾아냈습니다.
그 다음에는 앞서 강조한 것처럼 확실한 정보 검증을 위해 이 사람들에게 이메일을 수백 개 보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옥스퍼드에서 P.P 전공을 하고 있는 김재윤이라고 합니다. 투자은행의 커리어에 관심이 생겨 정보를 최대한 모으고 싶은데, 인터넷에 정보가 너무 많고 어떤 정보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어 업계에 계시는 전문가분께 조언을 듣고 싶어 연락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연락을 취해 인터뷰가 가능한 사람들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기존에 모아온 정보가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한 검증 역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계속 염두에 뒀던 것은 나와 배경이 너무 다른 사람이라면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것을 감안해서 들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국내에서 계속 공부하다 해외로 넘어온 경우인데 어릴 때부터 영국에서 성장하고 옥스포드에 온 사람과는 차이가 있겠죠. 그래서 그 사람이 고등학교 때부터 인턴십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했다면 그것이 한국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에서 나고 자란 저 같은 사람에게는 적용하기 어려운 조언이라고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목적이 같아도 배경이 다르다는 것을 감안하고 나의 현재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조언과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검증된 정보를 토대로 투자은행에 대한 취업을 어떻게 준비해나가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었고 투자은행이라는 커리어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었고요.
이제 정보의 검증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신은 런던이라는 세계적인 금융업계에서 공부하고 커리어를 쌓았으니 나중에 한국시장으로 돌아와서 커리어를 재정비하려고 한다면 해외에서 쌓은 커리어를 내세워 한국에서 꽤 높은 자리를 얻기 쉬울 것입니다”
제가 많은 들은 이야기입니다.
‘이것이 사실일까?’
‘해외에서 일하다 한국에 돌아오면 무조건 더 잘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말을 있는 그대로 믿어도 되는 것일까?’
그래서 비슷한 방법으로 정보를 검증해 보았습니다.
한국의 투자은행 혹은 사모펀드업계에서 근무하고 있는 선배들과 계속 연락을 취하면서 이런 사실에 대해 검증해 본 것이죠. 혹시 해외에서 거주하고 근무하다 한국시장으로 이적해 높은 연봉과 좋은 대우를 받게 된 사람을 본 적이 있는지, 있다면 그런 사람들은 어떤 경우에 해당하는지, 또한 현재에도 이것이 가능한 사례인지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사례 자체가 많지 않았고요, 있더라도 예전에 “영어”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큰 프리미엄이었던 시절의 이야기이거나, 최근의 일이라고 해도 한국에서 난 자리가 그 사람이 가진 능력과 디테일하게 딱 맞는 자리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다양한 금융권 분야 중 매우 특정한 부분의 경력과 특정 언어들을 요구하는 자리였는데 우연히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성공적인 이직이 가능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이 보편적인 진실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이 그렇게 믿고 있지만, 모든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제적인 예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해외에서의 투자경력이나 해외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시너지를 내어 회사가 더 높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사람을 영입하는 수요가 있다는 것도 알아냈습니다.
또한 바로 그 이유로 해외 투자시장의 전문가이고 국내 시장에 대해 이해도가 없다는 판단이 드는 높은 직급으로 넘어가게 되면 오히려 한국으로 귀국해서 일 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죠.
해외시장의 경력이 한국으로 이직할 때 많은 기회와 성공을 보장할 것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보편적 진리의 위험성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이처럼 정확히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인생을 설계하는 일에는 커다란 위험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정보의 수집과 검증방식은 한국적인 문화와 맞지 않는 면이 있어서 연고도 없고, 지인도 아닌 초면의 사람에게 연락을 취하고 조언을 구하고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에 대해 심리적 저항을 느끼셨을텐데요, 한국적인 문화에서는 이런 행동들을 민폐나 결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러한 네트워킹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죠.
만약 내가 어떤 학생 혹은 조금 더 늦게 이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메일을 받았다면 그 사람을 건방지다거나 예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나를 프로로 인정해줘서 고맙고, 나라는 사람에게 시간을 내 연락해 준 것이 기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처럼 처음 보는 사람에게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많고 다른 사람의 정보를 알아내기 쉬운 상황이라면,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연락을 취해 조언을 구하는 방식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별적으로 고르고 검증하는 단계를 거쳐 탄탄하고 안정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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