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 경제전문가 (현, 싱가포르 GIC 인프라 투자 운용)]
여러분의 인생 목표는 무엇인가요?
대부분의 사람이 “행복해지고 싶어요, 부자 되고 싶어요”처럼 추상적인 개념의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 뇌는 어떤 개념을 떠올릴 때, 분석적으로 생각하도록 진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의 욕망이나 감정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구체적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인생의 목표설정을 할 때 그 목표가 정확히 무엇인지 생각하기 어렵게 됩니다. 이 목표를 어떻게 달성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의사, 변호사, 건물주 같은 구체적인 직업을 인생 목표라고 생각하는 경우에도 직업이 인생의 다면성, 삶의 다면성을 완벽히 커버하지 못하기 때문에 놓치는 부분이 무척 많다는 어려움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인생의 목표를 정해야 할까요?
금융권에서 수익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수치화”라는 내용입니다.
이것은 “동일 분야에서 1위의 펀드가 될 거야”라는 식의 추상적 개념을 “2015년까지 연간 15%의 수익률을 내겠다”라는 식으로 수치를 사용하여 구체화하는 것인데요.
이런 내용을 우리 인생에 적용해 “내가 원하는 인생의 모습을 수치화하라”라고 말씀드립니다.
아쉽게도 삶은 수치화하기에는 너무나 다면적이기 때문에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한데요, 인생의 최종목표를 하나의 라이프 사이클 안에 있는 여러 가지 형태의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우리의 삶은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는 것의 반복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학교에 진학하거나 자신의 꿈을 위해 기반을 다지는 것이 어렸을 때의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어느 정도 어른이 되고 나서는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전문성을 키워나가는 것이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고요.
노후에는 그동안 쌓아왔던 것들로 인생을 즐기고 주위 사람들과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이 라이프 스타일일 것입니다.
이처럼 라이프 스타일은 계속해서 변화하다가 개인적, 사회적 이유로 더는 변하지 않는 지점이 오게 되는데요, 저는 이 시점을 종착점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우리가 최종 라이프 스타일, 즉 종착점을 인생의 목표로 생각한다면 많은 장점이 생기게 됩니다.
첫 번째, 우리가 인생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총체적으로 탐구해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의사나 변호사가 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집에서 살고 싶은지, 몇 명의 자녀를 낳고 싶은지, 자녀가 있다면 어느 정도의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싶은지, 아파트에서 살고 싶은지, 전원주택에 살고 싶은지, 외식은 얼마나 하고 싶은지….자신의 욕망을 계속 들여다보면서 인생의 마지막 라이프 스타일을 꾸린다면 어떤 요소들을 넣고 뺄지 생각해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는 것이죠.
두 번째, 선행한 총체적 탐구 내용을 수치화할 수 있습니다.
인생 곡선을 설계해 나가면서 우리가 어떻게 이 요소들을 수치화할지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수치화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공통의 수치가 있다면 그것은 “돈”일 것입니다.
집을 사고 싶다면 과거, 현재, 미래 언제나 돈이 필요하겠죠.
그러므로 우리가 라이프 스타일을 꾸리고 그것을 계획한다는 측면에서 생각해본다면 시간을 관통하는 수치, 즉 돈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집을 산다면 대략 몇 살 때가 좋을지, 얼마의 저축이 필요할지,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투자 수익을 내야 할지, 연봉은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할지, 미래에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을 위해서는 매달 들어오는 금액이 어느 정도여야 할지, 이 돈을 노동소득으로 꾸릴지, 자본소득으로 꾸릴지…….
이처럼 이러한 것들을 가정하면서 자연스럽게 역으로 생각하게 되는데요, 이 과정을 금융권 혹은 그 밖에서 과학에 접근하는 분들은 리버스 엔지니어링(역공학)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자동차를 만들 때 이 자동차를 어떻게 설계할지 처음부터 준비해 나가고 그것을 설계해가는 과정이 엔지니어링이라고 한다면 리버스 엔지니어링은 거꾸로입니다. 즉 완성된 자동차를 보고 이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떤 구성품들을 가공하고 조립해야 하는지 역으로 생각해보는 것이죠.
이처럼 우리도 라이프스타일의 구성요소들을 확실하게 떠올리고 그것을 수치화했다면, 거기서부터 역으로 생각해서 인생을 어떻게 준비해 나갈지에 대한 인생 곡선을 그릴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나이가 50 정도 되는 분께서 지금까지 인생 곡선은 그려나가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인생 곡선을 미리 그려 둘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은퇴를 준비하는 분들은 당연히 더는 노동할 수 없는 상황이 오고 월세를 받거나 이자나 배당을 받는 식으로 여생을 살아가야 한다면 어느 정도의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실 텐데요, 저는 이러한 과정이 인생을 설계해가는 20대, 30대 혹은 그 전에라도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장점이 이렇게 많은데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죠.
제 경우에는 옥스퍼드에 들어가서 내가 이렇게 쟁쟁한 친구들과 사회에서 경쟁해야 한다면 어떤 식으로 인생을 설계해야 만족할 만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습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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