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관일 * 창의경영연구소 대표]
언젠가 강원도 홍천의 인삼 축제에 초대받아 내빈자격으로 축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연사부터 “인삼 농가 여러분~”으로 시작하더니 줄줄이 비슷한 말을 늘어놓아 청중이 몹시 지루해하며 전체적으로 매우 산만해진 상황에서 마침내 여덟 번째로 제가 말할 순서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분위기를 포착하고 센스를 발휘하여 “여러분, 추우시죠?~”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는데요, 현실감 없는 판에 박힌 말을 늘어놓던 이전의 연사와 다르다고 느낀 청중이 고개를 들고 집중하며 적극적인 호응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추우신 분은 인삼을 안 드셔서 그렇습니다~”
그랬더니 청중들이 “와~”하고 웃으셨어요.
“앞에서 좋은 말씀 많이 하셨기 때문에 저는 몸에 좋은 인삼 많이 드시기를 바라며 축사를 갈음하겠습니다”
이렇게 마무리하며 단 15초 만에 축사를 마친 경험이 있습니다.
상황에 맞는 한 마디의 말로 청중의 호응을 일으켜 분위기를 바꾸고, 이미지 개선을 하면서, 신뢰감과 호감을 주고받는 품격있는 대화를 이끌어 가기 위해 알아두면 좋은 점 몇가지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화를 잘하고 싶다면 아무 말이나 무작정 시작하는 것보다는 말하기 전 무엇을 어떻게 말할지가 명확해야 설득과 공감의 말하기가 가능해질 텐데요, 좋은 대화에 빠져서는 안 될 말의 3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콘텐츠
말의 내용인데요, 어떤 내용의 말을 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청산유수로 말은 잘하는데 그것이 남의 험담이거나 부정확한 정보라면 청자가 공들여 듣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둘째, 스킬
어렸을 때부터 발표학원에 다니며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펼치는 훈련에 익숙해져서, 주고받아야 하는 대화의 기술은 상대적으로 미숙한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센스
행사에 참석해 미리 준비해 온 연설문이 현장 분위기와 맞지 않는 것을 감지하고 재빨리 상황에 맞는 연설을 즉석에서 할 수 있는 감각입니다.
대화할 때는 말하는 속도도 중요한데요, 천천히 말하기의 효과를 알고 계신가요?
1. 목소리가 낮고 정중해짐
2. 품격있게 보임
3. 설득력이 높아짐
4. 감정이 조절됨
5. 말실수를 줄임
6. 좋은 목소리로 느껴짐
7. 말 잘하는 인상을 줌
다음으로는 좋은 대화는커녕 갈등만 유발하는 짜증화법인데요, 네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말 가로채기
얼마 전, 아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갑자기 “아버지 제발 말 좀 가로채지 마세요.”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화법을 연구하는 사람인데도 나도 모르게 아들 얘기 중간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탁 낚아채 말허리를 자르고 있었던 것이죠.
둘째, 토 달기
“내가 이번에 이러저러해서 좋아”라고 하면 “그게 뭐가 좋냐?”라며 부정적인 대응으로 토 다는 사람이 있다면 더 이상 말하기 싫어집니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적절한 호응이 있어야 대화가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셋째, 깐족거리기
“이 아이스크림 정말 달고 맛있다” 하면 “그럼 아이스크림이 달지 쓰냐?”
“이번에 술 끊기로 했어” 하면 “너의 금주 결심 내가 알기로 벌써 다섯 번째다”
이런 식의 대꾸는 대화를 단절시키는 느낌이 강해 말 가로채기보다 더 나쁜 화법입니다.
넷째, 자기 말만 하기
중간에 비집고 들어갈 틈을 주지 않고 자기 말만 일방적으로 하는 사람과 어떻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품격있게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짜증화법을 피하고 콘텐츠, 스킬, 센스가 포함된 말로 질문-맞장구-경청의 순으로 천천히 대화를 시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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