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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학 관점에서 본 낙상

K숲 2022. 7. 21. 08:00

[남궁인 * 응급의학과 전문의]

 

노인의학 관점에서 본 낙상
노인의학 관점에서 본 낙상

노인이 될수록 의학적으로 병의 발병 확률이 높아지면서 건강으로 인한 크고 작은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데, 특히 낙상 문제가 빈번해지고, 이것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낙상으로 인해 엉덩관절 골절이 생기면 이후 1년 이내에 노인 20%가 사망하게 되며, 골절 순간부터 사망률이 매년 11% 증가합니다.

엉덩관절 골절 이후 1년 이상 침대에 누워 있으면 심폐 기능 약화와 각종 염증, 욕창 등의 의학적 문제를 일으키게 되죠.

 

낙상으로 병원에 가면 의사들이 위험한데, 왜 조심하지 않으셨어요?’라며 잘 갖춰진 치료시스템에 적용시키고 이후 1년간 병원비로 천만 원 이상 나온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게다가 의사들은 낙상이 위험하니 자전거 타지 마라, 빙판길 걷지 마라, 왜 위험한 행동을 하나?이렇게 이야기 하기도 하는데, 낙상이 무서워 외출도 못하게 되면 신체기능이 떨어짐과 동시에 우울감도 높아져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들을 잘 고려해 종합적인 이해와 돌보기가 포함된 낙상 대책을 세운다면 1년에 11%가 높아지는 사망률을 낮출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낙상을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노인들은 많은 질환에 노출되어 있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합니다.

노인의 약 복용
약 복용

치매약 복용 약으로 인한 어지러움 혹은 현기증 유발 낙상 위험

당뇨심부전 치료제 복용 혈당이 낮아지거나 높아짐 낙상 위험

당뇨 악화 백내장으로 이한 시력 저하 낙상 위험

당뇨 악화 신경 손상으로 시체기능 저하 낙상 위험

건강한 사람 기준의 생활 공간 높은 문턱, 날카로운 모서리 낙상 위험

이처럼 노인 낙상 케이스가 너무 많고 이것들은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약을 지나치게 많이 복용하여 “약국을 차렸네, 이것만 먹어도 배부르겠다.”라는 이야기도 일상적으로 많이 나누게 되는데요, 실제로 70, 80대가 되면 10종 이상의 약을 먹는 것도 흔한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의료보험 제도가 잘 되어있는 편이라 의사들의 경제적 부담이 거의 없어서 신경과 가면 신경과 약 주고, 정형외과 가면 정형외과 약 주고, 순환기내과 가면 순환기내과 약 주고, 호흡기내과 가면 호흡기내과 약 주면서, 처방된 약들의 종합적인 고려사항이 빠진 채 중복, 과잉처방되기 쉽고 이에 따라 복용 약의 수가 많아지게 됩니다.

약을 뺄 생각을 안 하고 더 많은 약으로 치료하려는 의사의 관성이 있어요.

일단 처방약를 전부 모아 놓고 전문가인 의사에 의해 이것들을 다 먹어도 되는 것인지, 맞지 않거나 중복되는 성분은 없는지 정리해서 위험을 줄이고 과잉 복용 중인 약도 줄여나가야 합니다.

노인
노인

노인이 될수록 젊은 사람에 비해 병원 이용이 증가하여 건강보험비용의 대다수를 차지함에 따라 노인의학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병원에 출퇴근하듯 다닌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병원 이용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검사의 양과 종류도 많아졌죠.

발현되는 증상에 따라 처방되는 약이나 검사 종류가 너무 많고, 환자의 상태도 시시각각 변하는데, 종합적인 치료법을 지원하는 시스템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약성분이나 검사가 서로 다른 병증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그래서 득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직면해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이 대화 자체가 부족합니다.

그러다보면 환자가 어떻게 아픈지, 어떻게 치료받아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지요.

노인들을 치료하고 치료받는 프로세스에서 대화가 부족해서 노인 환자들이 자기가 어떻게 아픈지,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인지 모르는 경우도 너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노인이 될수록 의학적으로 모든 병의 발병, 확산 확률이 높아져 관절염, 허리 통증, 변실금, 감염과 패혈증, 낙상, 치매 같은 것들이 발병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더욱 불편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2020년 기준 평균수명이 남성 80.5, 여성 86.5세로 전체 평균수명은 83세로 평균수명의 추세가 상당히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안 된 1936년에는 평균수명이 42.6세였는데요, 이를 보면 우리는 생각보다 더 오래 살아갈 것이 확실합니다.

 

평균수명앓으면서 살아가는, 누워서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는 삶을 포함한 수명이고, 건강기대수명건강하게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수명인데 건강기대수명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의학계에서 많이 하고 있습니다.

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당연히 건강 기대수명도 늘어나지만 수명만큼, 우리의 기대만큼 많이 늘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의학이 독립적으로 노인들을 더 건강히 살게 해준다기보다 고통 받으며 오래 살아가는 방식의 건강수명, 평균수명을 늘리고 있는 것입니다.

 

노인=비경제인구
노인=비경제인구

이제 우리는 죽음에 대해 정면으로 이야기해야만 하는 시대에 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늘어나는 부담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인구의 시한폭탄이 온다.’는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팽배해 있죠.

기본적으로 비경제 인라는 말로 노인을 표현하는데 노인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누워만 있다, 우리가 돌보기만 해야 한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요.

신체와 의식이 건강하고 사회적 역할이 분명한 노인이 많은데도 젊은 세대들은 이들이 사회에 이바지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단순한 노인문제로 치부하고 대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세대 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하고, 이런 곳에서 사회적 갈등이 촉발되기도 합니다.

 

1934년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이 40대 초반이었을 때는 앓고 있는 구간이 없었지만 지금은 앓고 있는 구간이 생겼습니다.

그러니까 건강하지 않은 인생의 시기가 대단히 길어진 것이죠. 이러한 패러다임이 100년 이내에 생긴 것이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지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따라서 연명의료의향서, 치매, 낙상, 병원 치료를 받는 것에서부터 어떻게 죽을 것인지에 이르기까지 죽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여 나이듦에 대해 공부하고, 젊을 때부터 건강하게 살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이야기하며 생각을 공유함으로써 죽음을 준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많은 사람이 장수하는 지금 이 시대에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병원과 의료계도 환자를 세심하게 돌보고 환자의 의사를 받아들이며 본인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서 그에 따른 대처와 치료를 해 나가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고민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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