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공복이 주는 효과

K숲 2024. 11. 7. 08:00

[김소형*한의사]

 

 

요즘 저속노화, 즉 ‘노화를 늦춰라'라는 개념이 유행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지금 내 나이보다 더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시는 분들이 늘었다는 내용입니다.

 

생로병사라는 단어 대신에 요새는 [생로병병병병사]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고 하죠. 의학의 발달하면서 수명이 연장됐습니다. 반대로 우리가 죽기까지 병든 시간이 길어졌다는 그런 의미잖아요. 얼마나 오래 사는가는 이제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어떻게 건강한 상태로 잘 사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바로 이 시기입니다. 청년에서 중년, 중년에서 노년, 갱년기를 겪은 시기처럼 인체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가 여러 차례이고,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다만 차이가 있습니다. 내가 어떤 건강한 습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이 시기도 어떤 분은 급하게 어떤 분은 천천히 늙을 수 있다는 겁니다. 나이하고 몸은 일치하지 않아요. 어떤 사람은 50대인데도 70대의 몸을 가지고 있는 분이 있는가 하면, 80세인데도 신체 나이가 60세 같은 몸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분명히 계시거든요.

 

과식하지 말고 공복하세요

늙고 싶지 않다면, 혹은 잘 늙고 싶다면 반드시 지켜야 될 딱 한 가지만 알려드리겠습니다. <과식하지 마세요. >

과식하면 혈당 스파이크가 생기고, 올라간 혈당 조절을 위해서 인슐린의 과도한 분비가 반복됩니다. 고인슐린혈증이 지속되고, 심지어 반복되잖아요. 그럼 당뇨로 이어질 확률이 커요. 과식, 설탕, 정제 탄수화물 등으로 인한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되면 당뇨 발생의 가능성도 문제지만, 혈관 내피세포가 손상이 되어 염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혈관의 반복된 손상, 혈관벽이 두꺼워져서 동맥경화,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공복이 중요합니다. 인슐린, 그리고 성장호르몬처럼 노화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호르몬들을 크게 변화시키는 게 바로 공복입니다.장을 쉬게 하라는 그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내 몸이 자체적으로 재정비를 하기 위한 시간, 한 마디로 고장 난 곳을 수리하는 시간입니다. 소화기가 휴식 시간을 갖잖아요? 그럼 다음 작동이 더 잘 돼요.

공복 후에 오는 것, 오토파지

어느 정도 공복을 해야 할까요? 최소 8시간 이상 공복 시간을 가지시는 게 중요합니다. 8시간이 지나면 내장 속에 소화해야 될 음식물이 하나도 남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위장이 완전히 비워지는 시간인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일이 생기나? 우리의 장에 소화시키는 대신 불필요한 세포들이 쌓여가는 걸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이 벌어지는 거죠.

자, 공복이 12시간이 되면 이때부터는 간에 쌓여있는 지방세포들이 분해되기 시작합니다. 먹지 않았기 때문에 소화시스템은 휴식을 하면서 몸의 자체 수리과정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시간이 됩니다.

시간이 지나서 공복 18시간이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지방 대사가 우리 몸 전신에서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근육에 있는 지방을 뺏어 쓰는 청소도 이 때 시작되는 거예요.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기 전까지 내 몸을 우리 몸을 청소하는 최적의 시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런 청소시간이 48시간까지, 즉 이틀까지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청소과정을 ‘오토파지’라고 얘기를 합니다. 오토파지는 에너지원이라든지 새로운 세포를 만들 재료가 모자랄 때 이미 존재하고 있던 중고 세포, 그리고 이미 저장된 양분을 사용하게 만드는 일종의 우리 몸의 생존 메커니즘입니다.

 

이때 가장 우선적으로 분해하고 태워서 쓰는 원료가 바로 손상된 세포, 낡은 단백질 이런 것들이에요. 우리 몸의 세포 속의 낡은 것들과 못 쓰게 된 것들, 성능이 좀 떨어진 것들. 한마디로 몸 속 쓰레기를 태워서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고, 또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신선한 원료를 만들어낸다는 겁니다. 몸 속 쓰레기를 청소하고 젊은 세포를 만들어 내는 과정. 이게 바로 오토파지'라고 불리는 생명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토파지라는 단어는 ‘스스로’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오토’와 ‘먹는다’라는 뜻을 가진 ‘파지’가 합쳐져 만들어졌습니다. 다시 말해 오토파지는 [스스로 먹어 치우는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자가포식]이라고도 얘기를 해요. 공복을 했을 뿐인데 장수 유전자의 경로를 자극하고, 내 몸 속에 있는 불필요한 노폐물을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자가 포식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겁니다.

오토파지 공장

우리 모두는 몸에 오토파지 공장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오토파지 공장이 어떤 사람은 쉬고 있고 어떤 사람은 잘 가동되는 몸을 가지고 있거든요. 내 몸에 오토파지 공장은 어떨까요? 오토파지 공장이 놀고 있으면 세포 속에 쓰레기가 쌓이고 낡은 세포가 점점 늘어나겠죠. 이 말은 내 몸의 단백질 부산물이 계속 쌓이고,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재활용하지 못하니까 각종 만성 질환, 치매, 파킨슨, 당뇨, 비만, 여러 가지 심혈관질환과 같은 각종 만성질환뿐만 아니라 암의 위험도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토파지 공장, 잘 가동시켜야겠는데’라고 생각하실 텐데, 이 오토파지 시스템을 정상 작동시키는 스위치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공복이에요. 공복 시 시르투인(Sirtuin)이라고 하는 유전자가 활성화되는데 이 유전자가 오토파지 공장을 잘 가동하도록 눌러주는 스위치입니다.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복구하고 못 쓰는 단백질을 교체하거나 재활용해서 젊어지게 하는 시스템의 단추가 눌려지는 시간이 바로 이 시간이에요.

 

그러면 이런 오토파지 시스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무조건 굶거나 혹은 아주 조금 먹어야만 할까요?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냐? 내 몸의 생존 회로를 딱 건드릴 만큼만 자극을 주시면 돼요. 보통 공복하면 ‘1일 1식’을 생각하시는데, 이 타이틀에 집착하지 마십시오. 지방을 태우도록 대사계가 바뀌고 내 몸의 오토파지 공장이 활성화되도록 공복을 오래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무조건 굶거나 무조건 적게 먹는 것보다는 내 몸의 생존 회로를 살짝 건드릴 만큼만 자극을 주라고 말씀드렸잖아요. 바로 공복을 일정 시간 유지하는 것입니다.

연구 자료를 보면 식사를 한 지 12~24시간 사이에 가장 급격하게 인슐린 분비가 감소하거든요. 이렇게 인슐린 수치가 낮아진 것에 우리 몸이 적응하고 적게 먹어도 충분히 당을 대사할 수 있도록 몸을 적응시키면서 인슐린 민감성을 높히는 겁니다.

 

‘아, 공부를 길게 유지했더니 건강도 회복되고 마음 빠지던 뱃살도 빠지네. 호르몬이 조절되고 내 몸의 병든 세포를 스스로 청소하기 시작하네.’ 맞습니다. 먹는 것이 없으니까 비로소 그 때 지방을 꺼내서 에너지로 태워서 사용하게 됩니다. 또 장이 비어있으니까 장기들이 마침내 휴식합니다. 내 몸이 정화되고 염증이 내려가고 심지어 재생까지 하는 겁니다. 공복을 유지하면서 심장 혈관, 뇌 기능까지 회복을 하게 되는, 결국 건강하게 살아가는 비결인 것입니다. 지방 연소로 체중이 감소하고 또 내장지방 이 줄어서 염증 물질도 감소하고 또 당 독소를 제거하는 효과까지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8~12시간 동안 2~3번 정도의 식사를 평소의 양대로 하시고, 나머지 시간은 소화기가 쉴 수 있도록 공복을 쭉 유지해주세요. 단, 당뇨, 신장 질환 등이 있는 분들은 자칫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주치의하고 식이요법에 대해서 충분하게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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