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아*가정의학과]
행복 곡선의 가장 낮은 위치, 마흔
여러분이 꿈꾸던 마흔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20대 때 제가 상상하던 저의 마흔은 멋있었습니다. 20대 때는 며칠씩 밤새워 달려도 끄떡없었잖아요. 하지만 40대가 되면 확연히 달라진 몸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날 병원에서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면서 ‘아, 저 문을 열고 뛰쳐나가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 번이었으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그런 생각이 반복적으로 들자 ‘이대로 계속 가면 안 되겠다. 뭔가 큰 병이 생길 수도 있겠다’라는 걸 직감하게 됐죠.
브루킹스 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인 조너선 라우쉬 역시 마흔에 들어오면서 중년의 위기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인생을 10년 단위로 나눠서 1~10점으로 만족도를 평가하게 했어요. 그렇게 해서 발견한 사실은 전 세계 모든 40대가 비슷한 우울감, 번아웃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때가 되면 지위나 재산과 상관없이 중년의 위기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더욱더 놀라웠던 것은 40대부터 시작해서 노년까지 계속해서 인생의 만족감이 하강 곡선을 그릴 거라고 상상을 했었는데, 50대가 되면서 다시 반등한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행복 곡선은 U자 곡선을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40대는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시기
40대는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반전 끝나고 이제 후반전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몸과 마음의 체력을 단련하며 준비하는 시간인데요. 단련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변화된 몸과 마음의 상태부터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원래 우리의 면역세포들은 외부에서 침입하는 바이러스나 세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군인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외부/내부에서 계속해서 자극이 들어올 경우 군인도 지치게 되겠죠. 그래서 실수로 스스로 세포를 공격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이것이 병으로 이어지는 것이 자가면역질환의 원리입니다. 따라서 나쁜 습관으로부터 끊임없이 우리 몸과 마음을 공격하는 자극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마흔에 버려야 할 3가지
마흔이 되어서 반드시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 설탕
첫 번째는 설탕입니다. 보통 설탕이라고 얘기하면 공포의 백색 가루만 생각하시면서 ‘나는 단 것 안 좋아해.’ 이렇게 말씀하시는 환자분들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공포의 백색 가루가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먹는 빵, 떡, 면, 백미 같은 음식들에는 혈당을 단기간에 급속도로 올리게 하는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혈당 스파이크가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젊을 때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몸에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 시스템이 있어서 당이 높은 당이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인슐린이 분비해서 그 혈당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아주 좋은 시스템이 있거든요. 그런데 계속해서 혈당이 높아지게 되면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원래 인슐린이 하는 역할이 당이 들어왔을 때 각 세포에 돌아다니면서 당에 있으니까 당을 세포 속에 집어 넣으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간세포에 가서는 급하게 쓸 당은 글리코겐으로 저장시키고, 또 잉여당들은 지방으로 저장시키죠. 그런데 잘못된 습관으로 인해서 자꾸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하게 되면 세포들이 더 이상 인슐린 말을 듣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 몸에서는 당이 높아서 인슐린을 더 분비하게 되고, 세포들은 역시 말을 안 듣고 그러다 보면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거죠.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지방간 같은 만성질환들은 모두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뿌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40대가 되면 스트레스가 매우 심해지고 번아웃이 올 확률도 올라가게 됩니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코르티솔이 혈당과 혈압을 상승시킵니다. 즉 40대가 되어서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고 달고 짠 음식들에 자주 손이 가다 보면 만성 질환에 열차에 탑승하는 것과 같은 거죠.
또한 단 음식에 자주 손이 간다면 갑상선 기능 저하와 부신 기능 저하증(애디슨병)을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일단 갑상선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대사작용의 질이 떨어지거든요. 자주 기력이 딸리다 보니 뇌에서는 에너지를 보충하라는 신호를 보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자꾸 단계 당기게 되는 거죠. 부신 기능 저하증 환자들도 마찬가지로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자주 에너지가 달리다 보니 단것에 손이 가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항산화 효소가 풍부한 통곡물과 채소, 그리고 양질의 단백질 중심의 식사를 하시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격렬한 운동보다는 요가나 걷기 같은 운동으로 몸을 서서히 회복시키는 것이 추천합니다.
2. 야식
두 번째, 야식을 피하세요.
병원에 내원하신 소라씨는 155cm의 키에 65kg의 몸무게로 bmi 27 정도인 비만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다이어트를 하는데도 계속 살이 찐다면서 내원하셨더라고요.
처음에 소라씨가 병원에 딱 들어섰을 때 저는 생활 습관이 좋지 않을 거라는 편견을 가졌습니다. 왜냐하면 소라씨는 거미형 체형으로 복부에 대부분의 지방이 몰려있는 내장지방형이었거든요. 대부분 내장지방형은 좋지 않은 식습관으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라씨 역시 분명히 좋지 않은 식습관을 갖추고 있을 것으로 생각을 했었던 거죠.
하지만 생각보다 소라씨의 생활 습관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야식이었습니다. 참다 참다 11시쯤 되면 배달앱에 손이 닿았던 거죠. 그리고 다음 날이 되면 야식을 먹었다는 죄책감에 하루 종일 거의 굶다시피 하다가 또 저녁이 되면 유혹을 참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습니다.
생체 리듬은 하루 주기에 영향을 받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내과 의사인 마이클 로이젠은 ①식사는 해가 떠 있는 동안 할 것과 ②오후 2시 이전에 하루 섭취량의 3분의 2 이상을 먹을 것을 권유합니다. 이유는 오후가 될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 말의 의미는 같은 양의 음식을 먹더라도 오전에 먹었을 때 혈당과 오후에 먹었을 때의 혈당이 다르다는 얘기죠. 야식을 자주 먹을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사람의 생체주기가 중요한 것은 수면의 질과도 밀접한 연관 관계가 있는데요. 수면을 결정짓는 데는 두 가지 호르몬이 관여합니다. 하나는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 그리고 두 번째는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입니다. 이 두 가지 호르몬을 분비하고 관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송과선인데요. 밤 동안에는 멜라토닌을 분비하고 아침이 되어 빛을 감지하게 되면 멜라토닌 분비를 멈추고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을 분비합니다. 그러다 또 밤이 되면 멜라토닌으로 전환해서 사용하는 거죠.
즉 수면호르몬과 행복호르몬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우리의 수면의 질이 결정되는 겁니다. 따라서 마흔이 되었다면 반드시 올빼미 생활에서 종달새 생활로 건너올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이가 들수록 멜라토닌 수용체 활성도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서 60살 정도가 되면 멜라토닌의 거의 80퍼센트가 힘을 잃는다고 하니 나이가 들수록 잠귀가 밝아서 새벽에 자주 깨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거죠.
하지만 아시다시피 수면 시간 동안 몸은 낮 동안에 쌓였던 온갖 독소들을 해독하고, 또 몸에 입었던 타격들이 재생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생활주기를 낮으로 옮겨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입니다.
3. 환경호르몬
셋째, 환경호르몬을 버리세요.
최근 음식이 단순히 영양소만 공급한다기보다는 어떤 특정 유전자를 자극해서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한다는 학설이 조금 더 강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뇨는 유전적인 경향이 강한데요. 똑같이 당뇨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어떤 식습관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당뇨병으로 빨리 발전 할 수도 있고 평생 자기가 그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음식 뿐 아니라 환경독소도 그런 역할을 합니다. 주변에 생각보다 많은 부부들이 불임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대략 한 7쌍 중 1 쌍 정도는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니 생각보다 비율이 높죠. 물론 정자와 난자의 건강 상태 등 여러 가지 요소가 거기에 영향을 끼칠 수 있겠지만 요즘 환경독소 역시 주된 범인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환경독소의 문제점은 이것이 체내에 한번 들어오게 되면 잘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노화가 시작될수록 이러한 환경 독소들이 쌓이면서 생식계, 호르몬계, 면역계 등에 영양을 직접적으로 끼치며 여러 가지 병들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나는 환경호르몬은 먹지 않아요. 그래서 플라스틱은 쓰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환경 독소를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애초에 이것을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공장에서 다이옥신을 뿜어낸다고 생각해봅시다. 그것이 매연으로 뿜어지게 되면 호흡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하늘에 올라갔다 비로 다시 땅으로 내려오게 되면 거기서 재배된 여러 가지 농작물들을 자기가 먹으면서 또 다이옥신을 섭취하게 되죠. 또 땅에만 흐르지 않잖아요. 바다에도 흘러가게 되겠죠. 그러면 물고기들이 그것을 먹게 되고 간접적으로 독소가 몸에 쌓이게 되는 겁니다.
생각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리 몸에 쌓여 있는 환경독소를 작은 습관들로 보호할 수 있습니다. 잔류농약이 없는 유기농 음식을 먹는다던가, 아니면 깨끗한 물을 자주 섭취해서 자주자주 독소를 흘려 보낸다거나, 아니면 피부로 바로 흡수되는 화장품 등에서 파라벤같은 독성 물질을 배제시킨다든가, 아니면 코팅이 벗겨진 냄비는 쓰지 않는다던가 하는 것들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습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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