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90세 노인이 생각하는 죽음이란

K숲 2024. 5. 28. 08:01

[이근후*정신과전문의]

 

저는 지난 2001년에 정년퇴임을 한 90세 정신과 전문의입니다.  1935년 대구에서 출생을 해서 의과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거기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 이후에 전공의를 하기 위해서 서울로 이주를 해서 지금까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90세 의사가 바라보는 100세 시대

제가 의과대학에서 공부할 때만해도 100세 시대라는 용어가 없었습니다. 그 때는 평균 수명이 짧고 환갑만 돼도 장수했다고 하는 시기였는데 지금 들어서는 100세 시대라고 이야기합니다. 지금부터 얼마를 살 것인가?에 대한 연구 논문을 보면 100세를 넘길 가능성이 굉장히 많은 세대다, 이렇게 연구되고 있습니다. 옛날에 생각했던 60세보다 두배를 더 살아야 한다는 의미예요.

옛날에도 고독하고 외롭다는 것에 달라진 것은 없는데 노인이 되면 젊을 때보다 더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됩니다. 왜냐하면 젊을 때는 외롭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일할 게 많아요.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다보면 외롭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 노인의 반열에 오르면 젊을 때만큼 활발하게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생각하는 시간이 좀 많아요. 그러니까 고독하고 외롭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럼 노인이 되면 외로운거지 젊은 사람은 외로움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의학적으로도 사람은 태어났을 때부터 외롭습니다. 그리고 저세상에 갈 때까지 외롭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일을 많이 하시는 분같은 경우도 연구 결과를 보면 외로움을 잊기 위해서 일을 많이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니까 외로움이라고 하는 것은 날때부터 세상을 하직할 때까지 우리가 간직하는 나의 감정입니다. 그 누구도 예외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누구는 그것을 느끼고 누구는 느끼지 않는다, 이런 차이는 좀 있을지 몰라도 모든 사람들은 외로움을 갖고 있고 특히 어떤 계기가 없다고 하더라도 연세가 들면 그것이 더 많이 표출된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외로운 존재(출처:방송대지식+)

죽는 것이 두렵다

제가 일생 동안 환자를 보고 또 내 자신을 보고 경험하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어떤 결론이 하나 있어요. “죽음은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죽음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로 아무 것도 모르는 물질로 돌아가는 현상이기 때문에 그걸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그건 뭐가 두려운 것일까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두려운 것입니다. 병이 나든지, 사고가 생기든지 하는 고통을 안고 죽음에 이르기 때문에 그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두려운 것이지 죽음 자체는 두려운 것이 아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가 어릴 때 그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옛날 노인들이 자기가 죽을 때는 평안하게 죽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정답은 잠자듯이 조용히 죽을 수 있으면 그 이상 행복할 것이 없다. 그 당시에 제가 들었던 노인들의 보편적인 희망이었어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의 고통이 될 수 있으면 적었으면 좋겠다 하는 얘기예요.

그래서 우리가 죽음에 대해서 두려움을 갖는 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굉장히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구나, 이렇게 이해를 하시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현명한 노인이란

노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예요. “고집하지 마세요.”  내가 경험한 것은 이미 역사 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그것을 고집하지 말고 젊은 사람들이 하는 것을 귀 기울여서 들어본다면 그것도 신기하잖아요? 그러니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경청해보는 겁니다. 젊은 사람들의 말을 재미있게 한 번 들어보는 그런 자세를 가지시면 어떨까요.

저도 그런 노력을 합니다만 그게 뭐 완벽하게 되겠습니까?(웃음)

 

학교 다닐 때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하나 얘기하면, 젊은 시절 교수님을 모시고 회식을 했습니다. 교수님을 모시니까 좀 버겁잖아요. 그럴 때 하는 우리 행동들이 뭐냐면 교수님께 가서 “선생님 피곤해 보이세요”라고 이야기 합니다. 교수님은 우리와 어울리고 싶어하시니까 “아니야~ 안피곤해”라고 하십니다. 그럼 학생들은 계속 압력을 가합니다. “아닙니다!! 피곤해보이세요!!” 억지로 교수님을 택시 태워 보내드리고 우리끼리 별 이야기를 다했죠.

어느날 나이가 들어 사이버대학에 다닐 때 같은 학년에 회식이 있어 참석했는데 동기들이 저에게 “선생님, 엄청 피곤해보이시네요~” 이야기하는 거예요. 제가 학생 때 하던 공식 그대로 하는 겁니다. 그래서 택시 안에서 웃었어요. 내가 벌써 그 나이가 되었구나...

젊은 분들 부탁드리는게 노인보고 “집에서 쉬세요”하지 말아주세요. 그것 말고 “선생님이 하실 수 있는 데까지는 기어이 해주세요”라고 요청해주세요. 해달라고 해도 우리의 신체가 따르지 못하고 마음이 따르지 못한다면 해드릴 수 없어요. 젊은 분들이 노인한테 무조건 집에서 쉬라고 하는 것은 옛날 사고 방식이예요. 지금 백세시대에 내가 움직일 수 있는 한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건강을 위해서도 움직이셔야 됩니다. 몸이든 마음이든 머리를 쓰는 일이든 어쨌든 일을 즐겁게 하실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집에서 쉬라는 말은 절대로 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노인에게 쉬라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출처:방송대지식+)



100세, 베스트셀러같은 삶을 위해...

최근 베스트셀러를 내고 강연을 많이 다니면서 한 가지 주제를 찾은 게 있어요. 잘 기획된 책은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100세 시대니까 이제 1차 인생을 하고 2차 인생을 잘 살려면 기획을 하세요. “나머지 인생은 내가 이렇게 살아보겠다” 잘 기획된 책은 베스트 셀러가 되고 잘 기획된 인생은 베스트 라이프가 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 말씀을 제가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드리고 싶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