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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인생을 풀어주는 중년의 삶의 기술

K숲 2024. 6. 13. 15:09

[이호선*숭실사이버대교수]

 

살아가면 속 썩이는 사람들도 많고 나도 속 썩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도 40대면 흔들리지 않는다고 공자님께서 '불혹'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40이 되니까 정말 정신없이 흔들리더라고요. 나이를 조금 더 먹으면 지천명, 오십 정도 되면 하늘의 뜻을 아니까 우리에게 지혜가 생기겠구나! 이렇게 생각했는데 점점 바보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어디 그뿐인가요? 이순이라고 해서 육십이 되면 귀가 순해진다, 그렇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귀에 들리는 건 욕밖에 없는 것 같고. 이제는 나이 먹어서 다른 사람이 하는 욕이 아니라 나 자신 안쪽에서 올라오는 내가 나에게 하는 그 수치의 이야기들. 왜 그렇게 살았냐고 나무라는 이야기들이 꽉 차는 것, 이게 60의 현실이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들을 보면 우리가 사실 50, 60 중년이거든요. 가운데쯤 들어서고 아래로도 후배가 있고 위로도 선배가 있으면 참 안정적일 나이인데 의외로 40에도 흔들리고 50에도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지혜가 없고, 60이 되어도 이 마음이 안정되지 않으니 ‘나는 잘 살고 있는 건가. 이렇게 사는 게 옳은 건가?’ 이런 생각을 여러 번에 걸쳐서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관련된 이야기가 정말 많이 나오고, 최근에 유튜브나 이런 여러 SNS를 중심으로 멀쩡히 잘 사는 방법에 관한 질문들이 많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중년, 기승전‘몸뚱이’

제가 어떻게 하는 게 좀 멋지게 또 괜찮게, 의미있게 사는 걸까 고민을 해보다가 제일 중요한 것이 몸뚱이더라고요. 역시 ‘아프니까 중년이다’와 같은 말이 나오는 것처럼 기승전몸뚱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몸의 변화가 나타나는 게 중년이고, 상황의 변화가 나타나는 게 또 중년입니다. 더 나아가서 마음의 변화도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게 중년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 우리가 몸은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까, 이 고민을 우리가 중년에 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일단 아프니까 중년이다. 그만큼 몸에 변화가 많은 것도 있는데 또 한 가지는 실제 우리가 앞으로 죽지 않는 세상을 살게 되죠.

건강에 대한 관심사가 늘어나는 이 인류를 우리가 트랜스휴먼(Transhuman)이라고 부릅니다. 트랜스(trans)하면 바꾸다라는 뜻이죠. 사람의 몸을 바꾸어 가면서 무병장수를 꿈꾸는 인류, 이걸 우리가 트랜스 휴먼이라고 하는데요. 인공관절 아시죠. 신장, 위장도 잘라 붙이고요. 간, 심장 심지어 뇌도 이식해요. 이렇게 바꾸어 가면서 살면 나중엔 정말 인조인간이 되겠다는 이런 생각도 들지만 결국 이건 무병장수를 꿈꾸는 인류도 통증 없이 살아가고자 하는 인류의 소망입니다. 이런 인류는 결국 오래 살 수밖에 없거든요.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구글의 수석 엔지니어였던 레이먼드 커즈와일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분이 트랜스휴먼 운동의 실천가, 일명 트랜스휴머니스트로 가장 유명한 사람입니다. 레이먼드는 하루 혼자 먹는 영양제가 100알이 넘어요. 1년에 영양제의 비용이 11억이 넘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자기 혼자 먹는 그 영양제를 관리할 만한 영양사를 따로 고용할 정도로 몸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가 생각해볼 때 영양제 100알을 하루에 먹으면 약물 중독이에요. 이런 의견에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그럼 내가 실제 내 몸의 신체 나이를 측정해 보겠어.” 본인이 신체 나이를 측정합니다. 실제 나이 67세인 그의 신체 나이가 40대가 나왔습니다.

세계 굴지의 방송사, 기자들이 싹 다 몰려가 그에게 물었습니다. “100알은 너무 많은데, 정말 다 이거는 먹었으면 좋겠다, 권하고 싶은 영양제가 있으면 먹고 같이 좀 삽시다” 이 물음에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4가지 영양제를 이야기했습니다.

 

그 4가지의 약이 오메가3, 비타민D, 코엔자임 큐텐, 포스파티딜세린이었습니다.

오메가3는 혈관의 건강을 담당해주고 있고, 두 번째 비타민D는 단순히 골다공증을 넘어 신진대사를 다 담당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코엔자임 큐텐은 항산화제로 알려져 있어서 노화를 늦추는 역할을 합니다. 마지막 포스파티딜세린이라고 하는 건 인지질 관련 영양제입니다. 인지질이란 건 뇌 신경세포를 도와 치매 등을 예방하는 데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영양제들의 도움을 받아 가면서 말 그대로 덜 아프자. 그리고 오래 살 동안에도 괜찮은 삶을 영위하자. 이런 트랜스 휴먼의 일환으로서 죽지 않는 세상을 우리가 살아가고 있고, 그만큼 중요하게도 길어진다는 얘기예요.

 

행복한 중년이 가지고 있어야 할 3가지 물건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기승전몸, 몸 건강에 대한 강조점을 준다고 하더라도 마음을 잘 돌보지 않으면 건강하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래 살수록 가장 단단하다고 생각했던 중년기에 고독사도 아주 많고 심각한 우울함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삶이 가장 왕성하고 하이라이트의 시점에 내 마음에 대한 조절, 내 정서에 대한 조절이 잘되지 않아서 굉장히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100세, 그 이상의 삶을 살 동안 마음에 대한 돌봄이 굉장히 중요한 이유이고, 트랜스휴먼이 갖춰야 할 덕목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어른이면 괜찮고 어른이면 더 마음에 대한 관리도 잘하고, 삶의 지침과 방향도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는 거죠. 제가 감히 말씀을 드리자면 인생을 살아가며 어른으로서, 삶의 의미를 좀 찾고 싶다는 분들은 세 가지 물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1. 시계

내 인생의 시간을 컨트롤 할 시계는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삶을 자발적, 자율적, 독립적으로 시간을 이끌어 가는 거죠.

단순히 혼자서 한 달 계획하고, 석 달 계획하고, 1년 계획할 것이 아니라 위아래로 내 삶에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같이 건강해야 할 사람들이 있거든요. 가족도 있을 거고 친구도 있을 거고. 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거죠. ‘난 이렇게 공부하고 있어. 난 이렇게 내 인생을 계획하고 있어. 난 이렇게 살아가고 있어.’ 이런 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알려야 됩니다.

이런 나의 계획을 듣는 상대방도 ‘아, 저 사람 저렇게 사는구나. 나도 그렇게 좀 살아야 하겠다.’ 일종의 자극을 받으면서 괜찮은 생의 동지가 되고 괜찮은 가족이 되고, 괜찮은 삶을 누리는 일련의 공동체를 만들어가게 되는 것이죠. 어른으로서 자신만의 생애시계를 갖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2. 나침반

나침반은 방향이에요. 이 방향의 끝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이 방향이 맞다 싶으면 그 방향으로 주먹 쥐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겁니다. 방향이라는 것은 생애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지 정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나는 계속 배우면서 이 가치를 만들어가고 실현할 거야.’ 어떤 사람은 ‘난 종교적 가치가 있어. 이 종교적 가치를 따라서 갈 거야.’ 내가 바라보는 방향이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가족은 삶의 의미는 매우 많이 늘어나는 거거든요.

 

처음이기에 어른 노릇이 어렵거든요. 어른 노릇이 어려울 때 제가 참 고리타분한 얘기를 하는데 그중의 하나가 가훈이에요. 중년을 산다는 것 또 동시에 어른으로 살아가는 산다는 것, 또 집안의 수장으로도 살아간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훈이라고 하는 것은 집안에서 어른들이 갖췄으면 하는 덕목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가훈을 막 정하지 마시고 가족들과 함께 투표하면서 우리 집안의 방향, 동시에 우리 인생의 방향도 같이 한번 정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3. 지도

우리 인생의 정글에서 미친 듯이 길을 잃었습니다. 넘어지고 쓰러지고 흔들리고, 누구 하나 일으켜주지 않는 그 시점에 우리에게 지도 같은 게 하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덜 힘들었을 텐데. 그 미로와 같은 삶 속에서 쉽게 좀 빠져나왔을 텐데…. 그런 지도와 같은 게 우리에겐 없었단 말이에요.

지금 나에게는 지도가 있는가? 지금도 지도가 없어요. 나이를 더 먹으면 지도가 있을까요? 저는 그때도 없을 것으로 생각해요. 그러니 사람들이 끊임없이 누군가 그 지도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찾아가고 계속 뭔가를 듣고 뭔가 의미를 찾는 듯 내 지도를 찾아가고 있는 거거든요.

그럴 때 저는 두 가지 지도를 좀 권합니다. 하나는 마음 지도고요, 또 하나는 우리 가족 지도가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좀 말씀을 드려요. 

이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중년은 특별히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나무로 치자면 가지가 많은 거고 열매가 너무 많은 시기입니다. 풍성한 건 좋은데 가지가 찢어질 것 같단 말이에요. 그럴 때 이 시점에 내 마음을 좀 컨트롤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또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 지점에 좀 괜찮은 공동체 지도가 내게 있어서 나만 그렇게 괜찮게 살아가는 게 아니라 내 자식도, 형제도, 나와 함께 살아가는 그 사람들도 넘어지고 흔들리는 순간에 같이 나눌 수 있는 지도를 제공할 수 있는 이런 역할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중년이 돼서 50이 되고 60이 되고 70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내가 뭘 못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상담을 해 봐도 이런 생각으로 찾아오는 분들이 정말 많거든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 그렇게 모르는 걸 찾아가면서 그렇게 내 인생 지도를 또 만들어가는 거거든요. 누구든지 태어날 때부터 천재가 어디 있겠어요? 누구든지 태어날 때부터 다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모르는 길을 지혜롭게 찾아가는 자가 저는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한 가지 스트레스 상황이 딱 던져졌을 때 한 가지 방법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인지적 경직성이 있다고 설명을 합니다. 반대로 이것 말고도 B 방법, C 방법, D 방법도 있을 수 있어 이렇게 생각하는 걸 인지적 유연성이 있다고 이야기를 해요.

나이를 먹는다는 건 또 중년으로 살아가면서 인지적 유연성이 있으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이것을 ‘대안이 있는 삶이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안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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