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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나의 화양연화

K숲 2023. 11. 1. 08:00

[윤영미*아나운서]

 

지금이 나의 화양연화
지금이 나의 화양연화

 

저는 아나운서의 삶뿐 아니라 엄마, 며느리, 아내, 딸의 역할을 감당하며 경제적인 짐까지 짊어지고 바쁘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예순이 되니 삐걱거리는 건강 문제, 가장자리로 밀려나는 듯한 사회적 소외감, 여성으로서의 자신감 저하로 마음이 매우 불안해졌죠.  그러던 중 남편이 지내고 있는 제주도에 내려가 함께 생활하면서 자연을 더 가까이 보고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며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여유를 갖고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게 되었는데요, 그때 그동안 살아오며 부족한 것, 잘한 것을 정리해 보고 현재의 삶에 좀 더 깊은 애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바로 행동 , 부모가 먼저 행복하면 자녀도 행복합니다!

"겨울 지나면, 따뜻해지면, 감기 나으면, 코로나 끝나면, 추석 지나면, 장마 끝나면, 아이 대학 가면..."

저는 평소에도 누군가와의 만남, 여행, 사고 싶은 것 등의 사소한 욕구나 행위를 미루고 숨기는 것이 싫어서 생각나는 것은 가능한 실행하며 살아왔습니다.  TV에서 맛집이 나오면 메모해 며칠 내 꼭 먹어보고, 가보고 싶다고 생각되면 어떻게든 짬을 내 여행을 해요전시나 공연도 마음이 동한 순간 즉시 티켓을 알아보고요.

주위를 보면 저처럼 선뜻 실천하는데 두려움이 있어 크든 작든 일단 미루고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아등바등 1, 10억 모아 집을 사고 빚만 갚다가 갑자기 인생이 끝날 수도 있습니다. 내일은 없고 나중은 없다고 생각하고 지금 할 수 있으면 바로 실행해보세요.

 

저는 사회활동을 활발히 했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틈날 때마다 저의 인생을 비춰봤던 것 같아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돈일까 사랑일까 지식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가?

그런데 결론은 언제나 오늘을 행복하게 살자 로 귀결되었죠.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행위는 각자 다를 것입니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는 것, 좋은 곳에 여행 가고 좋은 공간을 보는 것, 음악, 영화, 와인, 스포츠 등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둘러싸인 순간의 지속이 모여 행복의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아요.

 

 

풍부한 경험 속에서 찾아내는 행복의 콘텐츠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다양한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많이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아이가 행복한 일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당장의 공부나 성적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부모가 죽으면 아이 혼자 세상과 부딪쳐 그 안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가야 하는데 온실 속 화초처럼 키우면 어떻게 살아 남겠어요? 저는 아이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어린 시절을 귀뚜라미와 맹꽁이가 널린 논밭에서 자연을 가까이 접하며 자랄 수 있도록 했어요.

또한, 아이들이 문화와 예술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취향을 찾아낼 수 있도록 공연과 전시를 자주 보러 다니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도서관을 방문했으며, 여행을 100회 이상 다녔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는 기회가 많아졌고 언제나 새로운 분야에 대한 이해와 지적 호기심이 넘쳤습니다.

저는 이런 환경이 아이들을 행복의 콘텐츠가 풍요로운 사람으로 성장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자녀가 왜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를 바라세요?

왜 좋은 직업을 갖기를 원하시나요?

모두 자녀의 행복 때문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많아야 합니다.  다방면의 경험이나 문화 예술적인 소양은 단시간에 습득되는 것이 아니어서 책상에서 공부만 해 온 아이들이 상상할 수 있는 행복의 스펙트럼은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작은 시련에도 차선의 행복을 찾아내지 못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요.

공부나 성적은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도 있지만, 오랜 시간 누적되어 쌓이는 인생의 경험은 쉽게 채워 넣을 수 없는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화양연화(花樣年華)
당신의 화양연화(花樣年華)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지금, 당신의 화양연화(花樣年華)

저의 남편은 향상심이 있어서 노력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굉장히 긍정적이고 평안한 사람인데요, 4년 전부터 제주도에 집을 얻어 잡조 뽑고 청소도 하면서 감자와 당근 등의 농사를 지으며 이웃과 더불어 살고 있습니다남편과 떨어져 지내다 보니 더 애틋한 마음이 들면서 이제는 의지가 되는 가장 편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남편과 얼마나 더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가족 전부가 모일 기회가 몇 번이나 남아 있을까?

그러다 보니 같이 있는 시간에 잔소리하고 싸우는 시간이 너무 아까운 거예요. 나도 내가 맘에 안 드는데 맘에 꼭 맞는 타인이 있을까요? 사랑하고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상대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소중한 일이잖아요. 그런 깊은 사랑의 감정을 아끼지 말고 표현하셔야 합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60세가 될 때까지 늘 미리 나이를 먹었던 것 같습니다.

20대에는 마음이 이미 서른이라 조급했고, 30대에는 마흔이 코앞이구나 싶어서, 40대에는 50이 눈앞이라는 생각에, 50에 이르러서는 곧 60대의 뒷방 늙은이가 될 것이라는 초조함에 괴롭고 불안한 마음으로 조급하게 인생을 보냈습니다.

그 시간이 모두 지나고 60대가 되어보니 그동안 얼마나 순간의 아름다움을 놓치고 살았는지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30대 중반, 40대와 50대에 이른 후배를 만나면 진짜 아름다운 나이라고 말해주고 있어요.

항상 그 나이의 장점이 있기에 60세에 들어선 저 또한 지금이 화양연화인지도 모릅니다.

지금이 여러분의 화양연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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