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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미 교수의 현실 육아 꿀팁

K숲 2024. 3. 15. 18:52

[조선미*아주대 교수]

 

1. 치고박고 싸우는 형제의 비애

일단 모든 형제는 싸우죠. 싸울 때 같은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많거든요. 항상 오빠가 집적거린다든지, 항상 동생이 먼저 달려든다든지.

 

이것이 반복되면 부모가 한 명을 혼내요. “야, 너 동생 건드리지 말랬지” 그런데 이게 가장 안 좋습니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아, 난 그런 애야.”  다음에 좀 더 가면 “엄마는 나만 사랑하지 않아. 동생만 사랑해.” 그래서 가장 나쁜 것은 패턴에 따라서 늘 혼내는 애를 혼내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잘잘못을 가리는 것. 아이들은 잘잘못이 별로 없어요. 다 나름 억울하거든요.  오빠한테 "너 왜 동생 때렸어?" "얘가 나한테 돼지라 그랬어." 그럼 둘 다 굉장히 화나는 상황이거든요. 자, 그래서 잘잘못의 기준은 때리거나 던지는 것, 때리거나 던지면 이유에 상관없이 그건 무조건 그 사람이 잘못한 거야 이렇게 하고, 나머지는 그냥 서로 떨어지라고만 말하는 겁니다. "뭔가 내가 좀 정확하게 가려줘야지 애들이 안 싸울 텐데..." 네, 그 기준이 가장 부작용이 적습니다.

 

사실은 이론적으로 하면 싸웠을 때는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기고 안 싸우면 좋은 일이 생긴다를 가르치는게 제일 빠르거든요. 그러니깐 예를 들면 얘네들이 한 시간에 세 번 싸운다. 그러면 처음 싸움은 내버려두고 두 번 싸움은 칭찬과 상을 주는 거죠. 세네 번 싸우면 이제 계단도 좀 왔다갔다 하게 하고. 그래서 서서히 줄여가면서 그 대신에 사이좋게 지내면 더 많이 칭찬해주고. 오빠랑 한 번 싸웠 는데 막 박사에게 줄넘기 100번 했어. 그러면 이제 강도가 줄어들든지 횟수가 줄어들던지 공간을 옮겨 던지 자기 나도 살아남기 위해서.

 

2. 아이에게 돈의 가치를 가르치려면

제가 볼 때는 사실 현금을 주는 게 제일 좋아요. 왜냐하면 현금은 지폐도 있고 동전도 있어서 딱 보면 아, 이건 큰 돈, 작은 돈하는 감이 오잖아요. 배춧잎(만원 지폐) 낼 때 손을 덜덜 떠는 게 돈 개념이거든요. 그런데 카드를 내면 동그라미가 몇 개인지 감이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돈 갖고 학교 다니는 것을 걱정 하시는데 그래도 저는 현금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주는 시기는 친구들끼리 뭘 사 먹기 시작할 때부터입니다. 그때부터 액수를 정해서 꼬박꼬박 주는 것이죠. 저 같은 경우 이 돈을 다 써도 되고 남겨도 되는데 남기면 그 다음 주에 남긴 돈의 반을 더 보너스로 줬어요. 그러니까 애가 저금하는 데 대한 어떤 즐거움을 알라고 보너스를 주는 것이죠.

 

예를 들어 용돈을 월요일에 받았는데 화요일에 다 썼다면 나머지는 굶어야 되잖아요. 그것도 겪으면서 어떤 돈개념이 되는 거고. 내가 일주일을 정말 빡빡하게 아꼈더니 그 다음에 보상이 생겼다는 것도 다 돈개념이 되는 거거든요. 저의 남편이 경영학과 출신이라 애한테 그런 걸 가르쳐야 된다고 어려서부터 경제 관련 워크샵도 데리고 다니고 주식도 주고 했는데요 큰 도움이 안되었고 그냥 용돈이 최고입니다.

 

만약에 체크카드를 주실 거면 무조건 내역을 다 부모인 제 휴대폰으로 받아요. 큰 금액을 사용했을 경우 바로 전화합니다. “너 어디야? 뭐 샀어?” 돈에 대한 개념은 이만큼 썼을 때 떨려야 되거든요. 그게 돈개념이에요. 물건을 사고 “비싼 것 샀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쓸 때 이미 내가 느낌이 와야 되거든요. 좀 불안하다든지. 그런 식으로 1천원 쓸 때는 마음 편하게 쓰고, 5천원 쓸 때는 좀 떨고... 이거를 일상에서 만들어주시면 됩니다.

 

큰 돈 작은 돈의 개념이 아직 없어서 그래요. 그래서 저는 예전에 5000원 이상 살 거면 미리 허락을 받아라, 이렇게 나이에 맞게. 그 다음에 만원 이상 쓸 땐 허락 받아라. 이렇게 해서 돈 쓰는 과정을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어 줘야 돼요. 확인 절차나 엄마를 설득시키든지.

 

 

3. 가기 싫은 학원 보내야 할까?

예전에는 학교 숙제가 있어서 봐줘야 했습니다. 제대로 해가지고 갈 수 있도록. 그런데 요즘은 학교 숙제가 거의 없어지면서 학원을 보내는 문제가 어려워진 것 같아요. 아이들마다 학원 다니는 개수나 과제 수준이나 달라서 어느 수준까지 공부를 시키느냐가 결정하기 참 어렵습니다.

 

그런데 공부에 신경을 쓴다는 게 많은 분들이 점수에 신경을 쓰시더라고요. 우리 애가 지금 뭘 배우고 있고 그걸 어느 정도나 이해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20개 문제 중 몇 개를 틀렸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죠. 또 아이가 해낼 때까지 가르치시는 분도 있어요. 이런 분들은 강한 집념으로 아이의 성향을 파악해서 공부를 한 다음에 그대로 가르치시더라고요. 이런 아이들은 나중에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공부를 잘 못합니다.

 

제 생각에는 적정한 수준의 학원을 보내고, 학원의 숙제를 다 하도록 체크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모르는 건 선생님께 물어보되 숙제는 다 했는지 안 했는지를 확인해줘야 합니다. 숙제를 안 해왔다는 말을 몇 번 들으면 왜 안 했는지 봐야 합니다. 너무 어려울 수도 있고. 너무 과제량이 많을 수도 있거든요.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이들이 일단 교과서를 가져오면 먼저 살펴보는 겁니다. 그다음 몇 군데를 짚어서 “너 이번에 1학기 때 이런 거 이런거 배우네~” “식물에 대해서 배우네? 그 다음 동물은...” 이런 식으로 큰 개념으로 한번 예습을 해주는 겁니다.

시험을 본다면 제일 쉬운 기초만 쭉 풀라고 합니다. 그렇게 저학년 때까지는 이런 식으로 학습과정의 기본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죠. 그런데 기본을 안 잡아주면 아이가 과학 시간에는 뭘 해야 되고 수학시간에는 뭘 배워야 되는지 모르고 그냥 기계적으로 따라갈 수 있습니다.

저는 가끔 시험문제 내주기 이런 걸 해요. 그럼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거든요. 그 수준을 파악해서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하고 그 바탕에서 문제를 풀게 해야합니다.

바쁘시면 적당한 수준의 학원을 보내고 적응 여부를 수시로 체크해야 합니다. 학원 숙제를 꼭 하게 하고. 만일 레벨테스트를 통과 못한다든지 숙제를 계속 못해가면 이제 이 학원이 아이한테 안 맞는 것일수 있어요. 그때 이유를 알아보고 학원을 바꾸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 됩니다.

 

4. 부모가 가르치는 것은 악영향일까?

학원 선생님은 모두 집에서 자녀들을 잘 가르칠까요?

맥락이라는 게 있거든요. 공부하는 맥락과 쉬는 맥락이 있는데 학교는 공부하는 장소, 집은 쉬는 장소라고 연결이 되면 이걸 바꿨을 때 효율성이 굉장히 떨어져요. 그다음에 부모는 다정한데 선생님은 좀 비교적 중립적이잖아요. 부모님이 갑자기 무섭게 하면 그것도 효율이 떨어집니다.

 

어릴 때 필요한 것은 어떤 문제를 아느냐 모르느냐가 아니라 한번 앉아서 일정 시간 동안 혼자 집중해서 과제를 한 시간이거든요. 그런데 그 훈련이 집에서는 너무 어려운 거죠. 그래서 그냥 일정량의 학습 분량을 주고 “방에 들어가서 이걸 20분 내에 다 해서 나와.” 이 정도 하면 저학년 때는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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