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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잘 자도 우리 아이 성품이 바뀐다!

K숲 2024. 7. 26. 08:00

[김경일*인지심리학자]

 

롱 슬리퍼(long sleeper)와 숏 슬리퍼(long sleeper)

롱 슬리퍼(long sleeper)와 숏 슬리퍼(long sleeper)가 있어요. 롱 슬리퍼(long sleeper)는 뭘까요? 오래 자는 사람이에요. 연구자마다 추정은 다르지만 아인슈타인 같은 사람은 열 시간을 훌쩍 넘겨 거의 11시간을 잤다고 하죠. 우리나라에서는 11시간 잤으면 11시간 잤다고 얘기를 안 합니다. 11시간 처잔다고 얘기를 합니다. 실제로 잠은 바꿀 수 없는 기질에 더 가깝다고 추정합니다. 아직 완전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제 거의 결론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롱 슬리퍼, 많이 자야 하는 사람으로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 창조적인 걸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숏 슬리퍼들도 있어요.

자, 그럼 예를 들어볼까요?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의 공동설립주죠. 그런데 또 다른 스티브. 바로 잡스가 있죠. 스티브 워즈니악은 상당한 롱 슬리퍼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숏 슬리퍼에 가까워요. 짧게 적게 자는 사람이죠. 그런데 이 스티브 워즈니악이 애플에서 만드는 모든 것들을 만들었죠. 그리고 사실 스티브 잡스는 물건을 팔았어요. 많은 사람이 혁신의 아이콘이라고 하는 사람으로 스티브 잡스를 꼽았지만, 사실은 엔지니어나 개발자인 분들은 스티브 워즈니악에 더 큰 점수를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훨씬 더 극적인 삶을 살았고 주인공 의식이 강했기 때문에 우리는 스티브 잡스를 더욱 많이 기억하지만 사실은 절대로 스티브 워즈니악 없는 스티브 잡스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참으로 재미있게도 롱 슬리퍼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사람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걸 만들어 낸 사람들이 많고요. 그리고 숏 슬리퍼는 이런 것들을 잘 알아보고 비즈니스, 즉 사업을 잘했던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누구도 그 사람이 롱 슬리퍼인지 숏 슬리퍼인지 관심이 없고요. 한국 사회는 지금까지 철저히 숏 슬리퍼의 삶을 살아왔어요. 우리나라의 많은 창조적인 롱 슬리퍼들은 지금까지 고통 속에서 살아왔겠죠.

 

재밌는 것은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도 인지심리학에서는 인정합니다. 아침형 인간이 있어요. 그런데 저녁형 인간도 있습니다. 이것도 현재까지의 패턴으로 보면 타고나는 것 같아요. 아침형 인간은 뭡니까? 아침에 똑똑해 똑똑해지는 사람이에요. 저녁형 인간은 어둑어둑해질 때부터 총기가 흐르는 사람이에요.

 

인간만 24시간 깨어있다

자, 그런데 왜 이렇게 다를까? 사실은 생물학하는 분들과 대화를 해 보면 의외로 답이 금방 나옵니다. 우리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라고 하죠. 굉장히 독특한 지구상의 생명체입니다. 왜겠어요? 그 종의 특징이 없어요. 어떤 동물이든 야행성인 동물이 있고 주행성 동물이 있습니다. 자, 인간은 야행성일까요? 주행성일까요? 벌써 답이 다르죠. 첫째 딸은 야행성인데, 둘째 아들은 주행성일 수 있거든요. 같은 가족끼리도 달라요. 그런데 왜 이렇게 다르게 태어났을까요?

그래서 인간은 24시간 살아 숨을 쉬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겠죠. 지구상의 다른 종들은 같은 시간대에 깨어 있고, 같은 시간 때 대부분 잠을 자는 데 반해 인간은 24시간, 누군가는 깨어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개인차라고 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역량이자 무기였던 겁니다.

 

아이큐 검사를 봅시다. 사실 아이큐 검사는 심리학자들이 만든 검사 중에 가장 신뢰로운 검사라고 보통 이야기를 합니다. 그럼 신뢰로운 검사라는 건 사람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면 아이큐 검사를 언제 해도 그대로 결과가 나와야 하죠. 어떤 검사는 밥 먹고 난 다음에는 검사와 배고플 때 한 검사 결과 달라요. 이러면 신뢰로운 검사가 아니잖아요. 만약에 아이큐 검사를 했는데 배고플 때 아이큐 검사한 것과 배 많이 부를 때 알고 검사보니까 점수가 너무 극단적으로 차이 난다면 신뢰할 수 없죠.

그런데 아침형 인간은 실제로 오전에 아이큐 검사를 받으면 자기한테 불리한 시간대인 저녁때 받을 때보다 훨씬 높게 나옵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굉장한 수준이에요. 실제로 그렇다면 롱 슬리퍼와 숏 슬리퍼,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 이렇게 만나도 최소한 네 종류의 인간이 나오죠. 심지어 끊어 자는 유형과 통잠 자는 유형 등 다양한 유형의 수면 유형도 있어요. 이렇게 분류하면 인간의 유형은 수없이 나뉩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날한시에 일어나서 학교에 다닙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는 백만이 넘는 아이들이 태어난 시대라서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아이들을 다 수용하기 힘드니까 고육지책으로 오전 반, 오후 반을 나눴었어요. 그런데 초등학교 동창 중에 오후반을 천국처럼 기억했던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이 아마도 저녁형 인간이었겠죠.

그때 만약에 누군가가 “너는 저녁형 인간이니까. 그러니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직장은 가지지 말고 좀 늦게 출근해서 밤새는 직업으로 많이 해봤으면 어떨까?”라고 조언했다면 어땠을까요? 그 친구는 굉장히 중요하고 좋은 조언을 받았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조언을 아무도 안 해줬다는 거죠.

 

내 잠을 자야 한

내 잠을 자야 해요. 내 잠을 자야 합니다.

저는 가끔 많은 부모님들께 잘 맞지도 않는 적성검사 그만 받으시고 아이가 롱 슬리퍼인지 숏 슬리퍼인지, 저녁형 인간인지 아침형 인간인지 일단 그것만 가지고 아이의 미래를 같이 생각해보시라. 그러면 최소한 아이가 어떤 식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얘기를 드리기도 합니다. 우리의 잠이 다양하다는 걸 먼저 인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오늘부터 나의 잠과 나의 삶의 질에 연결성을 한 번 만들어 보세요. 어떤 날은 ‘내가 생각해도 오늘은 정말 참 나잇값 했다’ 이런 날이 있습니다. 어떤 날은 참 나잇값 못하는 날이 있어요. 내가 생각해도 부끄럽고 이 나이 되도록 이것밖에 안 되나 싶은 날이 있습니다.

오늘 하루 나의 말과 행동, 그리고 기분을 함께 묶어서 점수로 한 번 주십시오. 그리고 그 옆에 몇 시에 자서 몇 시간 잤는지를 적어보세요. 이걸 적는데 10초면 됩니다. 그런데 이 10초를 정리해 1년만 쌓이면 인생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1년 후에 그 수치를 하루씩 적어보세요. 10초씩 투자해서 1년 후에 그걸 쭉 보시면 365개의 기록이 생기죠. 그걸 보면 나의 또 다른 기질이 보이실 거예요. 나는 몇 시에, 몇 시간 자야 하는 사람인가?

 

굉장히 신기한 건 이것을 저랑 같이 오랫동안 얘기해 왔던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전문의 유한욱 원장이라고 있는데, “야, 김 교수. 사람들이 이 얘기를 하는 순간 자기 잠을 정의하더라.” 자기 잠에 대한 정의가 생기더래요. 그런데 자기 잠을 정의한다는 게 무슨 뜻일까요? 자기 잠을 자더라는 거예요. 내 잠을 잔대요.

내원하는 환자 중에 그렇게 잠을 자기 힘들다고 하는 분이 “저는요 11시에 자서 8시간 자야 하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스스로 말을 하게 되니까 정말 10시 반이 될 때 이부자리를 펴고 있더래요. 그리고 한 시간 전부터 물을 덜 마시더래요. 밤에 소변보면 안 되니까. 그러더니 실제로 10시간 동안 잠을 자기 시작하더래요.

사람은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얘기 들어보셨죠. 아주 많은 경우 잠도 그렇습니다.나는 몇 시에 자서 몇 시간 자는 사람이야’라는 것을 알아내고 스스로 타인에게 얘기할 수 있는 그 순간, 즉 자기의 잠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순간을 내 잠을 스스로 정의 내린다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그걸 하는 사람은 자기 잠을 실제로 자기 시작하죠.

 

그런 사람들이 가지게 되는 변화가 뭘까요? 그게 바로 좋은 성품이에요. 외향적인 사람은 약간 정리되지 않은 듯한 단점을 가질 수 있죠. 그리고 내향적인 사람은 약간 꽁한 말투를 가질 수 있는 단점이 있겠죠. 잘 자는 사람은 그 단점을 잘 관리하고 자기 성격에 가지고 있는 장점을 보여줄 가능성을 높여갑니다. 잘 못 자는 사람, 내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 성격이 가진 장점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단점을 더 많이 보여주게 되겠죠.

 

성격의 단점은 잘 관리하고 성격의 장점을 많이 보여주는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성숙한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자기 성격의 장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단점을 위주로, 그것도 불쑥불쑥 통제되지 않은 측면들을 보여주고 사는 사람들을 우리가 미성숙한 사람이라고 하죠. 성숙한 삶과 미성숙한 삶은 내 잠을 잘 자는가에 의해서 만들어집니다. 그 이후의 노력, 의지, 그리고 다양한 수련들도 가능하겠죠. 하지만 분명한 건 내 잠을 스스로 정의 내리고 잘 수 있는 사람입니다.

 

왜 우리는 수많은 위인이 그 사람이 몇 시간 잤는가를 알 수 있을까요? 그들이 얘기했기 때문이에요. 자, 이제부터 ‘나는 몇 시에 자서 몇 시간을 자야 다음 날이 가장 베스트야. 나 자신도 잘 조절할 수 있어.’ 이렇게 좋은 성품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기본 밑바탕을 그려보는 오늘을 첫날로 삼아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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