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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서비스를 구매하는 당당한 소비자, 환자

K숲 2022. 12. 21. 08:00

[김재홍*의사과학자]

 

의료서비스의 구매자, 환자
의료서비스의 구매자, 환자

건배사로 많이 쓰이는 9988234라는 말은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고 이틀(2)만 아프다가 사흘(3) 만에 죽(4)자라는 의미라고 하는데요, 이 속에는 돌봄이 절실한 인생의 종말 시기 주변에 폐 끼치지 않고 험한 꼴도 겪지 않으며 한 번에 고통 없이 죽고 싶다는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노인 인구의 폭증으로 생의 마지막을 잘 배웅하지 못하는, 최선의 돌봄이 부족한 서글픈 현실의 단면이죠.

개인의 생애탄생-성장-가족 형성-쇠퇴-임종의 종말로 분류해보면, 쇠퇴 이후 종말 단계에서는 의료 지원이 도움될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도 환자의 심신이 거덜 날 때까지 의료행위를 하고 결국, 생의 시간이 얼마 안 남았을 때가 되어서야 마지막 시간을 보내라며 퇴원을 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더 오래 살도록 해야 할지, 조금이라도 품위 있 안락한 종말을 맞이할 수 있는 준비를 도와야 할지 결정해야 환자에게 도움이 될 텐데 우리 사회는 그런 부분이 아직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환자가 병원을 나왔을 때 그의 마지막을 지켜보고 도울 수 있는 돌봄을 받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의무기록 공유
의무기록 공유

최근 상급종합병원의 이름이 중증 환자 전문병원으로 바뀌었죠, 말 그대로 다른 병원에서 완치가 힘든 위급 환자를 돌본다는 취지인데 현재는 중증 환자 외에도 너무 많은 환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은 질환에 대한 전문 훈련도 되어있지 않고, 의료기관과 의사의 질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 보니 당연히 브랜드를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환자는 유명 대형병원을 선호하게 되고, 진단을 위한 진료와 검사 정보가 그 병원에 귀속되면서 병원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의료기관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 결국 초대형 종합병원이 환자에게 성(城)일까, 감옥일까는 의문을 품게 되는데요, 사실 환자의 상태를 병원에서만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성질환을 겪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증상이 항상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태를 제일 잘 아는 것은 의료진보다는 당사자, 바로 환자 자신일 텐데 짧은 진료시간에 어디가 아프세요?”라고 물으면 제대로 증상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환자 자신이 느끼는 주관적인 정보는 거의 활용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요.

 

의사는 진단하기 위한 랩 데이터를 가장 확실하게 믿기 때문에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하게 되는데 그러한 행위는 사실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를 대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결국 진료 정보가 환자 자신의 소유권으로 인정이 안 된다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매우 이상한 일인데요.

자신의 의지로 병원에 찾아가 진료와 검사를 했음에도 진료 정보가 무엇인지, 정보 왜 집으로 가져가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분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의 모든 의무기록을 국가와 의료기관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클라우드 서버에서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의료전달과정의 민주화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데 클라우드 기반의 환자 정보가 유지된다면 의료망 내에서 한 환자가 전 생애 주기 동안 어떤 치료를 받았고 또 어떤 식으로 돌봄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고 의료진이나 의료기관의 질 평가도 가능하게 되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약의 효과
약의 효과

약을 먹으면 당연히 낫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실제로 약효를 발휘하는 정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큽니다. 약을 개발할 때 사람의 일반적 특성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새로 개발된 약이 자신과 맞는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정밀의학”병의 원인에 따라 개별적인 진단과 치료를 이루자는 개념으로 다음 세 가지로 구성됩니다.

첫째, 면밀하고 정확한 이미징 기술

이미징 기술은 MRICT 은 일반적인 것이라기보다는 환자가 아픔을 정확히 감지할 수 있는 영상기술입니다.

두 번째, 분자 의학

의심 가는 병인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세포 안에서 벌어지는 병리 현상을 추적할 수 있는 기술입니.

세 번째, 연결성

환자와 환자 간의 연결성을 의미합니다.

지금도 ·오프라인에서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환자들의 모임인 환우회가 많이 있습니다.

특정 증상이나 질환에 대해 진단이 내려지면 환자는 의료진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인터넷 혹은 동일 질환의 환자와 나누는 정보교환으로 나에게 맞는 진단과 치료법인지에 대해 끊임없는 피드백을 얻게 됩니다.

 

그러면서 환자가 예전의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진료에 관한 대등한 파트너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서 의사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기는데요, 현재는 의사 의료인과 의사가 아닌 비 의 의료인의 역할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만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면 굳이 의사가 해야할 필요가 없는 의료행위들이 있습니다.

“정밀의학”이 제대로 도입된다면 증상뿐 아니라 질환의 원인별로 환자가 어떻게, 왜 아픈지 파악할 수 있으므로 증상 외의 병인을 고치기 위해 정확하게 쓸 수 있는 키트의 도입이 가능하게 됩니다.

정확한 진단을 내린 상태라면 비 의 출신의 의료인들도 프로토콜대로 따져가며 키트를 사용한 의료행위가 가능하게 되어 간호사나 의료기사들의 영역이 크게 확장되고 의사의 역할범위도 재정립 되겠죠.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환자 권리에 대한 인식의 향상, 코로나 19의 대유행 등을 통한 비대면 진료의 폭증같은 변화를 통과하며 의료계는 앞으로 큰 변화를 겪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의료 전달계 변혁을 파괴적 혁신이라고 말합니다.

파괴적 혁신이라는 개념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크리스텐슨 교수가 여러 산업 분야에서 특정 기술이 개발되고 나면 그것이 안착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난 후, 기존 기술을 몰아내고 산업 구조까지 완전히 바뀌는 혁신을 불러오는 것을 보고 제창한 이론이죠.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의학을 데이터 사이언스로 변모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의 변화에 힘입어 파괴적인 의료계 혁신으로 환자가 품위 있고 안락한 종말을 맞이하도록 돕는 의료복지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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