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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공부, 자녀의 마음을 잡아주기 위한 꿀팁 3

K숲 2024. 2. 8. 08:00

[박상윤*심리상담가]

사춘기가 되면 왜 공부가 하기 싫을까

사춘기가 되면 아이들은 공부를 하기 싫어합니다. 이유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친구들이 하니까, 공부하는 모습을 엄마가 좋아하니까 등 그냥 따라하는 공부였다면 사춘기에는 “왜 공부해야 하지? 돈만 벌면 되는 거 아니야?” 라는 질문이 공부가 하기 싫을 때마다 자녀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부모님들은 가끔 “너 공부하기 싫으면 안해도 돼. 너 하고 싶은 거 해. 내가 도와줄게.” 하시는데 얼핏 들으면 이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힘이 되고 스트레스도 줄어들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공부를 더 안 하게 되는 원인이 됩니다.

 

그리고 사춘기 친구들이 하는 말은 “공부가 조금 재미있으면 할 만하겠다” 라는 겁니다. 그러면 제가 이야기합니다. “공부는 원래 재미가 없다가 어쩌다가 한번씩만 재미있는데... 어떡하지?” 하면 아이들이 굉장히 당황합니다.

공부는 학생이라서 그리고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위해 배우고 익히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실용성만을 가지고 공부를 평가한다면 하고 싶은 공부가 없어지고 매번 흔들리게 됩니다.

 

공부하는 이유는 심플합니다. 공부를 하는 이유는 학생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도 학생이라는 직업이 있고, 어찌보면 책임입니다. 공부는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기능하는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고 때로는 하기 싫은 걸 참으면서 해내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나의 책임을 배우는 것입니다.

사춘기 공부를 관리하기 위한 팁

1. 공부에 대한 자녀의 생각,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하기

아이와 공부를 왜 해야 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공부하는 이유와 생각이 정리되면 공부 잡념이 많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때 도움이 되는 활동이 진로나 흥미를 찾는 것입니다. 간혹 진로나 흥미가 없어서 공부가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하실 수 있는데 이것은 핑계에 불과합니다. 지금 당장 진로와 흥미가 발견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진로는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미래에는 한 사람이 많은 직업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2. 자녀에게 공부를 관리하는 코치 역할을 부여받기

공부를 관리하는 공식적인 코치 혹은 멘토의 역할을 자녀와 상의해서 부여 받으시기 바랍니다. 자녀에게 부모가 어떤 것을 도와야 하는지 서로 상의하고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그 분야의 최고의 실력을 가진 국가대표 선수들도 생활을 관리받는 코치가 있습니다. 무엇인가 노력을 해야 하는 일들, 경쟁에 있는 것들엔 고통이 따르고 슬럼프도 있기 때문에 누군가 함께하고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성인으로 발전하고 있는 자녀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부모님은 코치같은 역할로 자녀를 관찰하고 도움을 요청할 때 적극적으로 나서주시고 힘이 들면 격려하고 때로는 훈육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실패, 게임 중독과 같은 위험을 함께 관리

사춘기 즈음에 처음으로 시험을 보게 되고 교우관계도 어렵게 느껴져 자존감이 많이 낮아집니다. 노력해도 오르지 않는 성적과 원하는 아이와 친해지지 못하는 것들은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모두 실패일 수 있습니다.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신경쓰지 말라는 이야기 하실 수 있는데 이것은 힘든 감정을 표현하지 말고 억압하라는 말과 같습니다. 힘들 때는 표현할 수 있게 부모님은 들어주시고 위로해 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신 해결해 주시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게임 등은 중독의 속성이 있는데 “내가 알아서 할게” 라는 자녀의 말에 기회를 주셔서 조절할 수 있게 지켜보시고 아니라면 조절을 도와주셔야 합니다. 이미 중독적인 성향이 있다면 아이와 다투고 힘든 상황이 되더라도 부모님은 아이가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혹은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시고 이때 관계가 손상되지 않게 노력해야 합니다. 이미 관계가 손상되었다면 전문기관이나 상담센터에 도움을 받으시면서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는 코치의 역할

공부를 힘들게 하는 ‘잠’

공부를 힘들게 하는 문제 중에서 의외로 잠 문제가 많습니다. 사춘기 아이들은 늦게 자고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답은 사춘기 잠의 원인을 잘 아시면 되는데 사실 이 부분을 잘 모르시는 부모님도 상당히 많습니다.

쉽게 말해서 사춘기 아이들의 뇌는 리모델링 공사중이라고 이해하시면 편합니다. 백화점에서 리모델링 공사를 한다고 한번 생각해 보시면 영업 시간이 아닌 때 휴점 상태에서 공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아이들 뇌도 같습니다. 아이들의 뇌는 잠자는 휴식 시간에 발달이 이뤄지기 때문에 잠이 꼭 필요합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잠은 늘어납니다. 성장하면서 잠의 패턴이 아동의 수면에서 성인의 수면 패턴으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청소년이 되면 수면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시간이 늦어져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집니다. 멜라토닌 분비 시간이 지연이 되면 빛에 대한 민감성이 줄어들게 되고 날이 밝으면 저절로 깨어지는 기능이 아동기에 비해서 떨어지게 됩니다. 아동기와 비교해서 생활이 무너지고 퇴보된 것이 아닌지 걱정하실 수 있지만 이 역시 사춘기의 변화입니다. 아이들이 나태해졌다고 오해하거나 야단치지 마시고 수면관리하는 것을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때 깨는 시간을 조절하는 것보다는 잠에 드는 시간을 일정하게 조정하고 몸이 기억하게 해서 적정한 시간을 규칙적으로 자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급체로 대입 시험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너무나도 생생한 기억인데 4교시 때 시험이 끝나는 시간보다 먼저 시험장을 나왔습니다. 이때 아이들이 아 한 명 떨어졌구나 하면서 나를 보았던 아이들의 시선 그 싸늘함이 마음의 상처로 남아서 지금까지 시험불안 이렇게 큰 자리에 나서게 하는 일이 모두 무섭고 불안합니다.

이때 경험한 상처는 단순히 실패에 대한 것이 아닌 공부에 대한 배신감이었습니다. 열심히 하지 않은 것 같은 다른 친구들이 운이 좋아 붙고 열심히 한 나는 운이 없어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공부가 운에 맡겨진다면 난 더 이상 공부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거의 매일 울고 잠만 잤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희 아버지가 갈 데가 있다며 저를 호텔 커피숍으로 데려갔습니다. 처음으로 저는 비싼 커피숍에서 정식으로 커피를 마셨고 아버지는 길지 않게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실패는 긴 인생을 보면 점과 같다고 얘기하셨습니다. 그리고 도와주시겠다고. 

저는 다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만약 그때 우리 아버지가 나에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셨다면 제가 평생 우울증을 앓았을 수도, 학업을 이어가지 못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 이 강의를 들으시는 부모님들도 자신의 부모님들에 대한 어떤 한 장면이 있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자녀는 부모와 관계를 인상적인 그 장면으로 기억하고 평생을 사는 것 같습니다. 엄마는 갱년기, 아빠는 은퇴기에 가까워 부담스러운 일이 많고 힘든 것은 부모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녀들의 말에 상처받고 힘들었다면 솔직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너무 강하고 훌륭한 모습이 아니어도 됩니다. 사람 대 사람으로 사춘기 자녀와 만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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