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순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라는 말처럼 계속되는 갈등 속에서 곡예하듯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은 편안한 날이 별로 없어요.
때로는 매 순간 갈등, 스트레스와 마주하게 되는데, 그때 우리는 어떻게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삶에서 겪는 다양한 갈등으로 인해 마음의 균형과 조화, 평상심을 잃게 만드는 모든 것들을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그리스의 철학자 에픽테토스가 “사람들은 힘든 일을 모두 스트레스라고 여기는데, 사실은 그 일을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앞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지만, 그 일이 정말 하고 싶고 잘할 자신도 있고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스트레스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긍정적인 생각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완화된다는 것이지요.
“새”는 노화나 질병으로 죽는 일이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동물들은 어려움을 단순하게 극복하며 살아가는데, 특히 새는 힘들면 그냥 날아다니는 것만으로 편안함을 유지하여 스트레스를 쌓아두지 않아 노화나 질병이 없는 것이라고 해요.
그러나 인간은 복잡한 존재여서 그처럼 단순한 방법으로 불안과 스트레스를 완화하지 못하고 노화와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감정과 감각의 역치(threshold)가 낮아지기 때문에 지나간 날에 대한 후회도 많아져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더 중요해집니다. “50년을 살면 49년이 후회다.”라고 말하는 중국 고전 회남자(淮南子) 이야기처럼 과거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죠.
그러면서 미래도 더 불안해집니다.
몸의 기운과 체력, 에너지가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과연 내가 남은 날을 제대로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빠지게 되죠.
그래서 철학자들이 “인간은 실존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라고 하는데, 이것은 인간에게서 불안을 완전히 분리해내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불안을 뜻하는 영어 anxiety는 목을 죄는 것, 질식시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정말 불안하면 죽을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혀 숨이 안 쉬어지는 공황장애까지 이어지게 되는데 이때의 불안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는 성취에 대한 불안감입니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나날이 떨어지는 것 같고, 자기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지기 때문에 생기는 불안감이고요.
둘째는 인간관계에 대한 불안인데요.
예전보다 분노와 억울함을 더욱 많이 느끼고 모든 사람이 마음에 안 드니까, 그런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표출하다 보면 결국 인간관계도 엉망이 되면서 고조되는 불안감입니다.
이런 불안에 자신을 방치하게 되면 몸에서도 반응이 나타나게 되는데요.
평온할 때 분비되지 않는 뇌세포 정보전달물질이 온몸을 타고 흐르기 때문에 과민성 대장염에 걸리기 쉽고요.
공포감을 많이 느끼면 위궤양에 걸리고, 분노를 많이 느끼면 뇌의 기능 중 치유와 관련된 부위의 기능이 저하된다는 것이 밝혀졌어요.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겪으며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불필요한 감정과 분노, 우울, 불안을 떨쳐내고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건강한 까칠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자연과 삶을 통제하기는 불가능해도 “자신의 마음”은 공부하고 노력해서 다스리는 것이 가능한 우리는 이제 우리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원리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현대 뇌과학에서 뇌의 대뇌피질(大腦皮質, Cerebral cortex)은 이성적인 작용을 도와주고 변연계(邊緣系, limbic system)는 감정에 작용하는데, 대뇌피질에서 감정에 작용하여 변연계로 명령을 내리는 네트워크가 하나라면, 그 반대 네트워크는 3배 더 많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감정은 감각, 생각, 행동, 기억, 생각까지도 지배한다고 말할 수도 있으며 우리는 생각하는 존재 이전에 감정의 존재입니다.
제가 학부 때는 정신과 공부를 행동과학이라고 하였지만, 인간에 관한 연구가 거듭되면서 감정의 중요성이 증명되어 요즘에는 감정과학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도 “이제는 어떤 사람이 살아남을 것인가?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것이다.”라며 일찍이 감정의 중요성을 역설했지요.
감정적으로 평온할 때 발휘될 수 있는 능력을 잠재능력이라고 하는데요.
잠재능력을 연구한 브라이언 트레이시(Brian Tracy)는 우리가 긍정적인 감정만 잘 활용하면 의식의 3만 배 이상의 능력을 우리 잠재의식을 통해 발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긍정적인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요?
감정에 작용하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나르시시즘(narcissism,자기애)입니다.
주위에 있는 세상에 대해 알게 해주는 귀한 존재로서 나 자신을 존중해주는 것이 바로 나르시시즘이고, 그 건강한 나르시시즘을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해 나가는 것이 “건강하고 까칠하게 나이 드는 것”인데요.
다음 편에서 까칠하게 사는 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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