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순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까칠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첫 번째, SCE 법칙 : 멈추고 조절하고 벗어나기
정신과적 건강을 유지하려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수많은 자극에 바로 화를 내지 말고 일단 멈추어야 합니다.
특히 감정의 분노를 다스릴 때 SCE 법칙이 큰 도움이 되는데요.
적절한 분노는 나를 방어하고 보호하는 동시에 사회 정의의 발전과 성장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나도 태우고 상대방도 태우는 위험한 감정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해 미리 알고 대처하면 좋은데요, 바람직한 분노표현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모욕하거나 무시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것만 간결명료, 부드럽고 단호하게 말하기
- 언어적 폭력은 신체적 폭력보다 오래가고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것 알기
- 감정의 부메랑 효과 기억하기
- 상대방에게도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할 시간 주기
- 긍정적인 감정의 표현은 바로, 크게/ 부정적인 감정의 표현 천천히, 작게
- 분노의 마지노선은 하루; 인간관계에서 즉각적으로 반응할 일은 아무것도 없음을 잊지 않기 (칭찬 빼고)
두 번째, 지나간 일의 무게로부터 자유로워지기
“50년을 살면 49년이 후회”라고 하는 말은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 돌 될 때까지 즉, 기억하지 못하는 1년을 제외하고 살아온 모든 것들을 후회한다는 것인데요.
‘내가 그때 왜 그렇게 엉뚱한 소리를 했지?’ ‘나의 행동을 보고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며 종일 자신의 행동을 되감기 하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정신적인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 칭찬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상담하다 보면 우리가 나에 대한 칭찬뿐만 아니라 남에 대한 칭찬에도 인색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요즘에는 SNS를 통해 ‘나 빼놓고 남들은 다 잘사는구나.’라고 느끼고 자신을 비하하게 되는데 그것을 ‘자기칭찬결핍증후군’이라고 하지요.
이런 증상이 심각해지면 우울증이 되고, 자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드라마, 유튜브 등의 영상은 되감기도 있고 빨리 감기도 할 수 있지만, 인생에는 되감기가 없다는 것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실수에 대해 조금 너그러워지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의 실수는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를 갖도록 노력해 보세요.
세 번째, 인간관계에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입맛이 없다, 잠이 안 온다, 일하기 싫다, 살기 싫다" 등 저에게 호소하는 증상은 다 다르지만 원인은 하나, 대인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갈등이 대부분입니다.
나를 사랑해주기 바라는 사람이 사랑 해주지 않고, 설사 사랑한다 하더라도 상대에게 주고 있는 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갈등으로 현대인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느끼고 있는데요, 결국 나하고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죠.
인간관계는 50점 만점의 법칙을 따라야 한다고 자주 말씀드려요.
그런데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100점 콤플렉스에 걸려 인간관계도 100점, 사회생활도 100점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습니다.
주위에 있는 사람 중 50%만 나를 좋아해도 나는 나름 괜찮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 중 90명이 나를 좋아하고 10명이 싫어하면 그 10명 때문에 모든 인간관계를 힘들어 하세요.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 없기 때문에 나도 당연히 누군가를 싫어할 수 있는 것처럼 상대도 나를 싫어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인간관계를 100점 만점으로 하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만 50점 만점으로 하면 마음에 드는 사람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네 번째, 불안에 대처하는 법 : 우리는 성장하는 존재
사주는 태어난 해, 월, 일, 시라서 바꾸기 어렵지만, 팔자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노력하면 바꿀 수 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NASA 우주인이 된 조니 김 (조나단 용 김_Jonathan Yong Kim)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분은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자이자 가정 폭력자였어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가정 폭력을 쓰면 바로 경찰이 오죠.
경찰이 왔는데도 계속 아버지가 폭력을 쓰니까 경찰이 총을 쏴서 조니 김이 여덟 살 때 되던 해에 자기 눈앞에서 아버지가 총에 맞아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미국의 가장 위험하다는 할렘에서 자랐는데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의대에 가고 나중에는 결국 우주인이 되었는데, 이런 말을 합니다.
“내가 나쁜 카드를 갖고 태어날 수는 있지만, 우리에게는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선택권과 힘이 있다.”
또 코스모스를 집필한 칼 에드워드 세이건(Carl Edward Sagan)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은 현대의학으로도 증명되어 피부는 한 달마다, 간은 6주마다, 위벽은 5일마다 바뀌어서 1년에 우리 몸의 98%가 새로운 세포로 대체된다는 것이 밝혀졌고요, “뇌는 25세가 되면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는 이론도 “뇌는 죽는 날까지 성장하고 발전한다”고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잘 아시는 것처럼 아인슈타인이 바이올린을 그렇게 잘 켰고요.
우울증이 심했던 처칠은 유머러스하게 자신의 우울증에 “검은개”라는 이름을 붙여서 검은개가 찾아올 때마다 그림을 그리며 극복했다고 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다” 처럼 우리가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경험하는 것들에 대해 늘 깊은 관심을 가지고 모든 위기를 배울 기회라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자기감정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다윈이 예견한 것처럼 내가 가진 유연성과 융통성을 활용해서 계속 배워나갈 수 있는 사람만이 생존 가능하고 그것이 우리가 불안을 다스릴 방법입니다.
지금까지 [건강하고 까칠하게 나이 드는 법]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제 삶의 목표이기도 한 최선의 처세육연(處世六然)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스스로는 세상에 집착하지 말고
남에게는 온화하고 부드럽게
일을 당하면 단호하고 결단성 있게
평소에는 맑고 잔잔하게
뜻을 이루면 들뜨지 않고 담담하게
뜻을 못 이루어도 좌절 없이 태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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