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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오류의 최소화를 위하여

K숲 2023. 3. 8. 08:00

[최윤경*방송대 간호학과 교수]

 

의류오류 최소화
의료오류 최소화

자동차를 구매할 때 성능, 디자인, 연비, 가격, 안전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선택하는 반면 몸의 어딘가가 불편할 때 병원 선택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갖고 결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보통은 대형 병원, 전문병원 정도밖에 생각할 수 없는데요, 자동차 구매보다 병원 선택이 훨씬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의료의 질”을 구분하고 선택할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의료의 질이라는 것은 매우 다차원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데요, 미국의 의학한림원(Institute of Medicine)에서 의료의 질을 구성하는 여섯 가지 특성을 살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의료의 질을 구성하는 6가지 주요 특성>

1. 안전성 Safe : 가장 중요

2. 효과성 Effective : 치료의 효과가 높아야

3. 환자 중심성 Patient-centered : 의사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

4. 시의적절성 Timely :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아야

5. 효율성 Efficient : 비용과 효과를 고려한 치료

6. 형평성 Equitable : 차별이나 격차가 없는 의료서비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 즉 환자안전의 측면입니다.

환자안전(Patient Safety)은 우리나라에서는 구체적으로 정립되지 않아 의미가 모호하지만, 미국에서는 1999년에 발표된 한 보고서로 환자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미국에서 의료 오류로 매년 44,000~98,000명 사망

2. 예방 가능한 위해(危害) 사건으로 인한 총 국가 손실 비용 170~290억 달러, 원화로 20조~30조 원에 이르는 비용 발생,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며 환자안전문제 제기

사람은 누구나 잘못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좋은 의료진이라 할지라도 실수할 수 있고, 시스템적으로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의료오류는 언제 어디서나 생각보다 심각한 횟수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죠.

 

환자안전법

 

우리나라의 환자 안전법2015년에 제정되어 2016729일부터 시행되었는데요, 2000년대 이후 건강과 의료의 질()에 관심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평가의 필요성이 인식되는 가운데, 2004년 의료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의료기관평가제도를 도입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국민이 얼마나 안전하고 질 높은 치료를 받고 있는지 알아보는 적정성 평가를 시행하면서 환자안전에 관한 관심도 커지게 되었습니다.

2007년 항암제 투여 오류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된 종현이 사건환자 안전법제정에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합니다.

(종현 군은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으로 항암치료를 받던 중 정맥으로 투여해야 하는 빈크리스틴이라는 항암제를 척수강 내로 잘못 투여하여 결국 사망)

* 환자 안전법 : 환자안전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의료오류의 가능성이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믿고 치료받아야 할지 궁금해지는데요, 병원의 의료환경은 매우 복잡하므로 사람만 탓하기보다는 안전한 의료 시스템을 구축해 재발과 예방에 힘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오류를 줄이기 위한 시스템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원자력 발전소나 항공기 운항체계처럼 의료분야 역시 환자안전을 위한 시스템 관리가 중요하다고 인식되고 있는데요,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하며 실수의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하지 않는 환경을 정립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보건 의료 전문가, 정책당국, 의료기관, 의료 소비자 모두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안전한 의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2013CDC(미국 질병관리본부)미국인 25만 명 이상이 의료오류로 사망이라는 충격적인 통계를 발표, 미국인 사망의 세 번째 원인(심장질환//의료오류)으로 인식되면서 미국은 의료오류에 대한 심각성을 바탕으로 환자안전을 위한 정책들을 전사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의료오류에 대한 현황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문제의 규모를 알 수 없는 실정이지만, 다행히 환자 안전법 시행 이후 국가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어 국가환자안전종합계획을 수립하는 작업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오류를 줄이기 위한 여러 정책이 시도될 것이라 예상됩니다.

 

어이없는 실수나 오류로 환자가 사망하거나 해를 입는 것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의료환경을 사람에게 의존하기보다 시스템적으로 접근하여 개선해나가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의료진은 실수를 고백할 수 있어야 하며

환자들도 의료진의 실수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면 시스템이 개선되고,

시스템이 개선되면, 결국, 사람을 살리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의식의 전환이 의료오류를 최소화하는 환자안전의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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