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은*초등교사]
학부모&교사 공통고민, 맞춤법 교육
먼저 많은 분께서 이렇게 맞춤법이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저한테 정말 많이 하세요. 학부모님도 선생님도 저에게 많은 메시지를 주시는데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이들이 한글을 배운 지 얼마 안 돼서 맞춤법을 틀리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학부모님의 입장은 조금 다른 게 어느 정도여야 하지 이해하고 ‘그래, 이 정도는 헷갈릴 수 있겠다’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보여드리면 정말 이 정도는 기본적인 맞춤법이잖아요.
학부모님께서 “이 정도는 너무 심하지 않냐.” 이것도 모르게 되면 혹시나 우리 아이가 다른 친구들한테 놀림을 받지는 않을지, 무시를 당하지 않을지 조금 걱정돼서 혹은 수행평가 할 때 이런 것들 때문에 선생님이 아이의 글을 조금 낮게 평가하지는 않을지…. 이런 문제들 때문에 많이 고민하시는 것 같아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제가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은 맞춤법을 가르쳐줘야 아이들이 쉽게 글을 이해하고 오래 기억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베개>의 이런 글자가 있잖아요. 아이들이 <베게>로 많이 써요. 그때 아이들에게 “베개는 <ㅔ>가 아니야. <ㅐ>로 써야 해.”라고만 얘기했을 때랑 “<개>가 <~하는 도구>라는 뜻이니까 베개, 이쑤시개, 지우개. 이런 것들은 모두 <ㅐ>를 써야 하는 거야.” 그러니까 베개는 베는 도구, 지우개는 지우는 도구, 덮개는 덮는 도구. 이렇게 했을 때는 아이들이 “아, 그렇구나!” 하고 훨씬 맞춤법을 안 틀리게 되더라고요.
중요한 건 아이들에게 맞춤법을 가르치려면 어른이 맞춤법을 배우는 방식과는 달라야 하더라고요. 어른들은 맞춤법 어문 규정을 배우면 되거든요. 사이시옷이라든지 ㄹ첨가라든지 이런 걸 배우면 돼요. 그런데 우리가 1, 2학년 아이한테 ‘ㄹ첨가’를 가르쳐줄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좀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아요.
7세부터 12세까지의 아이들을 <구체적 조작기>라고 교육학에서 부르거든요. 구체적 조작기가 뭐냐면 아이들이 뭔가를 배울 때 그냥 설명으로 이해하는 시기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서 이해하는 시기라는 거예요.
그래서 예를 들어서 ‘안’과 ‘않’이 헷갈리잖아요. 제가 아이들에게 이렇게 예문을 한 10가지를 뽑아서 쭉 봐요. “너희가 한번 스스로 생각해 봐. 언제 <안>을 쓰고 언제 <않>을 써야 할 것 같아?”하고 스스로 알아보게 하는 거죠.
사실 우리가 그런 말 많이 하잖아요. “맞춤법 잘 알려면 책 많이 읽으면 돼.” 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책을 많이 읽어서 맞춤법을 알려면 어마어마한 양을 읽어야 하고, 아이가 그 속에서 맞춤법을 파악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차라리 <안>과 <않>이 들어간 예문을 열 개를 뽑은 다음에 그 속에서 아이가 규칙성을 파악하는 것이 조금 더 효과적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지난주에 2학년 아이들에게 얘기했거든요. “자, 한번 파악해 봐.”라고 하니까 아이들이 뭐라고 했냐면 “선생님, <안>은 ‘들었다’ 앞에, 낱말 앞에 있는 것 같고요. <않>은 낱말 뒤에서 이 말을 부정하는 것 같아요.” “<안>은 앞에도 띄어 쓰고, 뒤에도 띄어 쓰는데요, <않>은 앞에만 띄어 썼어요.” 이런 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보다 이 방법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정말 많이 느끼고 그 이후로 저는 쭉 이 맞춤법 수업을 해왔던 것 같아요.
그렇게 아이들이 깨닫고 나면 선생님이나 어른이 한 번 더 짚어주면 좋습니다. “그래 맞아. 사실 ‘안 들었다’와 ‘듣지 않았다’는 똑같은 말인데, <안>는 앞에서 ‘들었다’를 아니라고 부정하는 말이고, <않>은 뒤에서 ‘들었다’라는 말을 부정하는 거야.” 이렇게 알려주면 아이들이 오래 기억하더라고요.
받아쓰기 100점 받는 비법!
이다음에 해야 할 거는 받아쓰기예요. 모든 언어가 마찬가지인데요. 듣고, 읽고, 쓰고, 말하는 이 모든 과정이 수반되었을 때 그 언어를 더 잘 습득하게 되거든요. 맞춤법도 마찬가지로 이 뒤에 받아쓰기를 해주면 그냥 맞춤법만 알려줬을 때보다 훨씬 효과가 있습니다.
받아쓰기하려면 보통 이렇게 하세요. “자, 이거 시험 칠 거니까 공부해 와.” 이렇게 하는데 사실 1학년, 2학년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공부라는 걸 별로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받아쓰기 공부할 때도 그냥 공부해가 아니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줘야 해요.
1. 받아쓰기 100점 비법_1,2단계 : 읽어보기, 헷갈리는 부분 체크하기
저희 반에서는 아이들이 받아쓰기를 거의 100점을 받는데 어떻게 공부했을 때 100점을 받는지 그 공부 방법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첫 번째는 먼저 한번 읽어보는 거예요. 제가 조금 전에 듣고 말하고 읽고 쓰기가 모두 되었을 때 효과가 있다고 했잖아요. 일단 쭉 읽어보는 거예요. ‘말을 안 들었다. 말을 듣지 않았다.’ 이렇게 쭉쭉 읽어본 다음에 한 번 체크를 해보는 거예요. “어, 나는 여기서 이 글자를 좀 틀릴 것 같아.” 이걸 우리가 메타인지 학습법이라고 그러거든요. 내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미리 한 번 체크를 해보는 것. 이렇게 체크를 해보면 사실 받아쓰기뿐만 아니라 나중에 국어 수업을 할 때에도, 수학 공부할 때도 정말 도움이 많이 돼요.
2. 받아쓰기 100점 비법_3단계 : 직접 한 번 써보기
내가 뭘 아는지, 뭘 모르는지 한 번 체크를 해보고, 그다음에 해야 할 것은 한 번 써보는 거예요. 이 글을 똑같이 한 번 자기 글씨로 써보는 거예요. 왜냐하면 인쇄된 글씨를 내가 봤을 때랑 내가 글로 쓴 것을 봤을 때 느낌이 또 다르고, 한번 쓰라고 하면 빽빽이(깜지)를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빽빽이를 하라는 게 아니에요. 빽빽이 하면 아이들이 너무 싫어하기도 하고, 그렇게 효과가 크진 않거든요. 그래서 그냥 한 번 정도 손으로 익힌다. 라고 생각을 하고 한 번 정도 따라 쓰면 큰 도움이 됩니다.
3. 받아쓰기 100점 비법_4,5단계 : 직접 한 번 써보기
그러고 나서 해야 할 것은 서로 불러주는 거예요. 받아쓰기 시험을 보기 전에 친구나 아니면 형제끼리 한 번 불러주는 활동을 하는 거죠. 그러면 제가 먼저 이렇게 한 번 불러주잖아요. 제가 “자, 네가 한번 시험을 쳐 봐. 내가 미리 한번 불러줄게.” 그러면 아이가 그 과정에서 아까 처음 읽었을 때보다 훨씬 집중해서 읽고요.
아이가 옆에 친구가 띄어쓰기를 잘 못할 것 같으면 훨씬 의도를 해서 띄어쓰기라든지 이런 걸 신경 써서 불러주거든요. 그 과정에서 정말 큰 공부가 돼요. 그리고 친구가 뭘 틀렸는지 유의 깊게 보게 되고 ‘나도 저걸 틀릴 수도 있으니까, 유의 깊게 봐야겠다.’ 이렇게 하면서 공부가 많이 되고요.
또 역할을 바꿔서 제 친구가 불러주고 제가 시험을 치잖아요. 그럼 시험을 치는 과정에서 ‘아, 내가 이걸 틀리는구나. 내가 이걸 헷갈리는구나’ 라는 걸 알 수 있어서 이렇게 한 상태에서 시험을 보면 거의 100점을 받아요. 정말 이거는 필승공부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틀렸다. 그럼 저는 꼭 그거를 <오답 기록함>, 오답 노트라고 하죠. 오답 노트에 꼭 기록해 두시기를 추천해 드려요. 왜냐하면 그 기록이 쌓이잖아요. 그러면 유독 내가 잘 틀리는 모음이나 받침이 있어요. 그런 것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오답 기록지에 기록을 해나가면서 그런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두시기 권장을 많이 드립니다.
그럼에도 낮은 성적이 나온 아이에게
정말 아까 제가 말한 네 가지 방법 있잖아요. 받아쓰기를 공부한 네 가지 방법대로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불구하고 낮은 성적이 나왔다면 “너의 그 공부 자세가 훌륭한 거다.” 이렇게 얘기해주는 게 사실은 좀 필요할 것 같아요.
항상 강조하는 세 가지 말이 있거든요. 첫 번째는 원래 틀리면서 배우는 거다, 이런 걸 아이들한테 알려주는 거죠. “틀린 것이 나쁜 게 아니야. 틀린 건 오히려 더 좋은 거야.”
두 번째, “틀린 것 오히려 좋아. 틀린 문제는 기억의 오래 남아.” 이런 걸 가르쳐 주는 것도 아이들이 학습할 때 “그래, 내가 뭔가를 배우려고 공부하는 거지. 성적이 잘 나오려고 공부하는 게 아니야.” 이걸 알려줄 수가 있고요.
또 세 번째는 잘하지 못해도 우리가 노력하는 것 자체가 큰 배움이다. 이런 것들을 알려주시면 아이들이 받아쓰기를 싫어하지 않고, 기피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받아쓰기 하나로 공부 정서가 달라진다!
받아쓰기가 아이의 공부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초등학교에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같은 지필평가를 보지 않잖아요. 그래서 내가 스스로 공부를 해서 결과가 나오는 게 거의 받아쓰기가 유일하단 말이에요.
받아쓰기 정말 공부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학습 방법인 것 같아요. 일단은 쉽고요. 그리고 답을 이미 다 주잖아요. “이대로만 외우면 성적이 나와.” 그리고 이유도 다 알려줘요. 이때는 이렇게 써야 하는 이유, 아까 <베개> 이야기했듯이 정말 공부만 하면 성적이 오르는 그런 시스템이거든요.
그래서 30점 받던 아이가 갑자기 70점을 받고 90점을 받았어요. 그러면 아이들이 뭐라고 생각하냐면 너무 귀여운 게 “나 혹시 천재 아냐? 사실 알고 보면 이때까지 공부를 안 해서 그랬던 거지. 막상 공부하면 잘하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하거든요. 이런 생각을 갖게 되는 순간 아이가 수업에 집중하는 태도가 달라져요.
예를 들어서 ‘나는 공부를 해도 성적이 안 나오더라’ 이렇게 하면 공부에 대해서 손을 놓게 되거든요. 이런 친구들하고 ‘공부했더니 성적이 나오네.’ 이 경험을 한 친구들하고 공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거죠.
저는 그런 점에서 받아쓰기가 정말 아이들한테 필요한 도구인 것 같아요. 가장 처음 공부라는 걸 해보는 시기인 거잖아요. 해보는 그 과정인 거잖아요. 받아쓰기를 통해서 성적이 올라 본 학생들은 나중에 3~4학년 올라갔을 때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모든 과목에서 이 경험을 토대로 학습하니까 좀 더 자신감 있게 “그래, 내가 예전에 공부했더니 성적이 나왔어.” 이 경험으로 공부를 해나갈 수 있는 거죠.
꼭 1학년뿐만 아니라 3, 4, 5, 6학년 중에서도 맞춤법이 좀 약하고 동기 부여가 필요한 학생들이 있다면 받아쓰기를 활용해서 아이들에게 “봐, 공부하더니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이런 경험을 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맞춤법을 틀렸을 때 부모가 해야 할 일
맞춤법을 아이들이 틀릴 때 부모님들이 고민하세요. “내가 이걸 고쳐줘? 이거를 각을 딱 잡고 고쳐줘?” 이런 질문들을 많이 하세요.
제가 어떻게 말씀드리냐면 만약에 일기 쓰기 혹은 독후감에서 아이들이 맞춤법을 틀렸다 그러면 굳이 맞춤법을 짚어주라고 얘기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글쓰기 자체를 싫어하게 되는 경향이 있거든요. 내가 즐겁게 글을 쓰는 경험을 하게 하고 싶은데 자꾸 지적이 들어가면 아이들이 글에 대한 흥미를 잃거든요. 그래서 그럴 때는 맞춤법을 굳이 지적하지 않고요. 나중에 따로 “있잖아, 내가 이거는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이런 맞춤법은 이렇게 쓰는 거야.” 이렇게 따로 시간을 내서 한번 정확히 짚어주는 게 좋고요. 평상시에는 굳이 맞춤법 때문에 싸우거나 이렇게 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차라리 맞춤법 시간을 받아쓰기할 때나 이럴 때 따로 그런 시간을 가지는 게 좀 더 효과적이지, 글을 쓸 때 맞춤법을 지적한다면 사실 그걸로 부모님이나 선생님이나 갈등을 많이 겪게 되는 것 같아요.
만약에 받아쓰기에서 표나 문항들을 이렇게 주고 “우리가 이걸로 받아쓰기할 거야”라고 하는데 만약에 아이가 연습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틀렸다 그러면 맨 마지막에 그것을 알려주셔야 해요. 틀린 경험이 기억에 오래가거든요. 그래서 아이가 틀렸다고 그러면 “오, 잘됐다. 내가 마침 이거 이 맞춤법 한번 짚어주고 싶었는데 잘됐다”라는 마음으로 그 틀린 것들을 알려주면 좋습니다.
그래서 받아쓰기를 연습하는 중에는 고쳐주시지 마시고, 다만 이런 경우가 있어요. 이렇게 한번 따라서 보라고 했는데, 여기에서 틀리는 경우가 있어요. 여기 분명히 아니라고 적었는데. <안>이라고 적었는데 아이가 보고 쓰는 데도 <않>라고 적는 경우가 있어요. 이럴 때는 짚어주면 도움이 많이 되죠.
그다음 날에 아이가 학교에 가서 받아쓰기를 볼 거잖아요. 그러면 그날 아침에 한 번 더 얘기해주는 거죠. “우리 어제 뭘 틀렸었지? 그래, 맞아. 이거 오늘 꼭 이건 틀리면 안 돼. 다른 건 틀려도 되지만 이거는 맞추는 거야. 알겠지?” 이렇게 해주면 도움이 좀 크게 되는 거 같아요. 그 맞춤법은 아이가 웬만하면 안 틀리게 되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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