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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중등·고등, 학년별로 달라지는 ‘공부 대화의 기술’

K숲 2026. 5. 22. 11:14

[유정임*작가]

 

 

제가 책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년별 공부 대화의 기술에 대해 정리해둔 내용이 있습니다. 


초등 시기, 공부의 ‘그릇’을 만드는 시간

초등 시기에는 ‘우쭈쭈 육아’가 최고입니다.
물론 무리하지 않고,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선 안에서 말입니다.

“왕의 DNA를 가진 아이” 같은 비상식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를 인정해주고 성취를 함께 기뻐해주는 것. 그것이 초등 아이들에게 자발적인 몰입을 만들어냅니다.

 

보통 초등학교 때 영재원을 다니던 아이들이 중학교에 가서 갑자기 공부를 싫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 중에는 엄마에게 칭찬받기 위해 공부했던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결국 아이를 움직이는 것은 인정과 성취입니다.

 

그리고 초등 시기에는 특별히 더 사용할 수 있는 언어의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몸의 언어’입니다.

“잘했어!”라고 말하며 안아주는 것.

중학생이 되면 엄마의 허그조차 끔찍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몸의 언어가 가능한 것은 초등 시기가 마지막일 것입니다. 많이 칭찬해주시고, 아이를 알아봐 주십시오.
다만 무조건적인 인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주시고, 왜 잘했는지 설명해주시고, 성취에 대해서 충분히 환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초등 시기는 공부의 그릇을 만드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인성의 그릇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시기입니다.

 

결국 공부는 아이 스스로 해야 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들고, 부모와 아이 사이의 신뢰와 믿음을 쌓아가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것만 완성되어도 아이는 중학교에 가서 사춘기를 겪더라도 ‘왜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해 조금은 더 납득할 수 있게 됩니다.

초등 시기의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철학입니다.

100점을 맞았으니까 치킨을 사주고, 성적이 올랐으니까 안아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아이여서 예쁘고 건강해서 감사하고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사랑스러워서 안아주는 것.

이유 없는 선물이 더 감사한 것처럼, 이유 없이 아이와 소통할 때 아이들의 공부 그릇과 인성의 그릇은 부모의 눈높이 안에서 훨씬 건강하게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중학교 시기, 사춘기와 거리두기의 기술

중학생 시기는… 굳이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너무 잘 아시는 시기입니다. 정말 무섭죠.

중학생이 되면 부모는 이런 생각을 장착하셔야 합니다.

“네가 나쁜 게 아니라, 지금은 네 뇌가 힘든 시기다.”

아이의 전두엽이 발달하기 위해 뇌와의 싸움이 시작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행동이나 말이 반드시 진심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아킬레스건을 정말 정확하게 건드립니다.

어느 날 출근길에 날씨가 너무 추워서 아이를 학교까지 태워다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싫다고 하더군요.

“엄마가 차 태워주는 거 보이면 안 돼요.”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교문 100미터 전에 내려줄게.”

아이는 계속 싫다고 했지만, 저는 약속했습니다.

“진짜 100미터 전에 세워줄게.”

그런데 브레이크를 밟다 보니 결국 교문 앞에서 완전히 멈춰버렸습니다.

아이는 차 문을 열고 내리더니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런 식이면 정말 곤란합니다.”

그리고 그대로 내려버렸습니다.

저는 너무 속상했습니다.

‘너 좋으라고 그런 건데…’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람은 바로 저였습니다.

스스로 독립하고 자아를 만들어가려는 아이와 소통하려면, 아이의 이야기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중학교에 올라가면 부모도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해야 합니다. 냉정함도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정말 간절해졌을 때 부모에게 다가올 수 있도록, 아이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주십시오.

아이 역시 자기 의지를 키우기 위해 애쓰고 있는 중입니다.

교복 벗는 아이를 따라다니며 “엄마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라고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마십시오. 조금은 냉정하게 거리두기를 해야 합니다.

다행인 것은, 아이들은 결국 다시 돌아옵니다. 사춘기는 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학생 시기의 공부 대화 기술은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돌려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공부를 해볼까 고민하는 시기에 부모가 미리 문제집을 한가득 사다 놓으면, 아이는 그 문제집을 몰래 버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정말 필요하다고 말할 때까지 기다려주십시오.

간절함이 생길 때까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중요합니다.


중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진로’

저는 중학교 시기에는 공부보다 ‘진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의를 가면 아이들에게 꼭 이렇게 묻습니다.

“너희가 진짜 잘하는 게 뭐야?”

그런데 아이들의 99%는 과목명을 이야기합니다.

“국어요.”
“수학이요.”
“영어요.”

 

하지만 제가 묻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진짜 네가 잘하는 게 뭐냐”는 것입니다.

 

국어와 수학,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은 전국에 수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너만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이들은 그 질문을 거의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이야기를 예로 들어줍니다.

“선생님은 수다 떠는 걸 정말 잘해. 사람만 보면 이야기하고 싶고, 사람에게 관심이 정말 많아.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품고 사는지가 궁금했어. 그래서 스토리텔링을 하고 싶었고, 결국 PD가 됐어.”

그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아이들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내가 진짜 잘하는 건 뭘까?’

단순히 국어, 영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중학교 공부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등학생 시기, 부모는 아이가 아니라 자신과 싸워야 한다

고등학생 시기의 대화 기술은 부모가 싸워야 할 상대를 바꾸는 것입니다.

아이와 싸우지 마십시오. 자신과 싸우셔야 합니다.

 

고등학생이 되면 부모가 무슨 말을 한다고 해서 아이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부모의 말 한마디가 매우 조심스러워지는 시기입니다.

예를 들어 볼펜이 떨어졌을 때도 이렇게 말한다고 하죠.

“어머, 바닥에 붙어 있네.”

‘떨어진다’는 단어조차 조심하는 것이 고3 부모들의 농담 같은 철칙입니다.

 

 

어느 날 밤 10시쯤 집에서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피아노를 닦다가 건반 소리가 나는지 궁금해서 건반 두 개 정도를 눌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문을 열었더니 어떤 여학생이 저를 보자마자 말했습니다.

“제가 고3이라서요.”

순간 너무 놀랐습니다.

대한민국은 모든 고3을 지나치게 두려워합니다. 마치 수능 하나가 인생 전체를 결정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정말 시험 한 번으로 인생이 끝날까요?

아이들의 18년 인생을 단 하루의 시험으로 평가한다고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그 시험은 두렵고 버거운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고등학생이 된 아이에게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학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제 이야기는 듣지 않으세요? 왜 어른들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세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우리는 왜 아이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할까요?

아이에게 져주려는 노력, 아이의 말을 먼저 들어주려는 태도. 그런 환경이 결국 아이에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을 가지 않겠다는 아이와의 대화

아이가 어느 날 말할 수 있습니다.

“나 대학 안 가면 안 돼요?”

그 말 자체는 충분히 받아들여주십시오.

다만 그 이후에는 반드시 대체 역량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셔야 합니다.

우리는 흔히 말합니다.

“빌 게이츠도 대학 중퇴했잖아.”
“스티브 잡스도 대학 안 나왔잖아.”

물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단순히 대학만 그만둔 것이 아닙니다. 대학이 아니어도 자신의 역량을 키울 방법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실제로 개발했던 사람들입니다.

 

중요한 것은 대학을 그만둔 사실이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어떻게 발견하고 키워갔는가입니다.

“그럼 너의 역량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키워갈까?”

이런 방향으로 대화를 이어갈 때 아이들은 훨씬 덜 부담을 느끼며 자신의 미래를 고민할 수 있게 됩니다.


 

공부 대화의 핵심은 ‘자발적 의지’

공부 대화의 핵심은 부모의 존재감 속에서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고 싶어지는 자발적 의지를 갖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 속에서 아이 스스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관계의 자산을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눈높이에 맞춘 경청과 공감 

공감 속에서 아이 스스로 답을 꺼내게 만드는 대화

 

그것이 바로 공부 대화의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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